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이성을 유혹한 후 금품을 갈취하는 일명 '로맨스스캠'이 기승을 부리면서 국가정보원이 대응에 나섰다.
11일 보안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언택트 시대에 로맨스스캠이 확산되고 있다며 SNS에서 이성의 유혹하는 행위를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미국 FBI가 파악한 지난해 로맨스스탬 피해 규모는 6678억원에 달한다. 또 지난 3년간 국정원에 신고된 로맨스스캠 피해만 43건이다. 평균 피해금액은 6130만원으로 3년 간 국내에서 약 26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경찰 등 다른 기관에 신고되거나 신고하지 않은 로맨스스캠 피해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관계자는 “로맨스스캠이 해외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정원의 업무 중 하나인 국제범죄 방지 차원에서 로맨스스캠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로맨스스캠이 주로 아프리카 등 해외 범죄조직들이 SNS에서 해외파병 미군 등을 사칭해 이성에게 접근, 호감을 얻은 후 연인 행세를 하고 수술비, 해외송금 수수료 등 명목으로 금전을 편취하는 사이버범죄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로맨스스캠 피해가 전 세계로 확산 중인데 국내 피해도 점차 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정원은 실제 피해 사례도 일부 공개했다.
서울에 사는 40대 미혼 남성 A씨는 페이스북에서 시리아에 파병된 한국계 미군 여성으로 부터 친구 요청을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SNS 대화를 이어가며 사랑을 키웠고 여성은 군사 작정 중 테러단체로부터 500만달러를 압수했다며 돈을 한국으로 보낼테니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송금 수수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요구했는데 A씨가 송금을 하자 바로 잠적했다.
또 경기도에 사는 50대 여성 B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에 사는 의사를 알제 됐다. 두 사함은 1년간 SNS로 대화를 나누다가 결혼까지 약속했고 미국인 의사는 신혼집을 마련할 자금 200만달러를 한국에 보냈는데 송금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체 수수료, 보관비 등 명목으로 수천 만원을 송금했는데 이후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국정원 뿐 아니라 외교부, 대사관들도 로맨스스캠 문제를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 영국 한국대사관은 SNS 등을 통해 신분을 위장해 접근한 후 환심을 산 뒤 돈을 가로채는 로맨스스캠 사건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올해 2월에는 주 그리스 한국대사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예멘 주둔 미군을 사칭해 접근해 온 외국인에게 사기 피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주의사항을 전파했다.
국정원은 로맨스스캠 범죄자들이 대부분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어 사실상 추적, 검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로맨스스캠을 우려하는 것은 단순 사기가 아닐 수 있기 떄문이다. 국정원 자료에 따르면 국제범죄단체와 테러조직 등은 자금 확보를 위해 조직적으로 로맨스스캠 등 국제금융사기에 나서고 있다.
국정원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낯선 사람의 친구 추가 요청을 조심해야 하며 SNS에 자신의 프로필, 개인정보를 최소한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상대방이 해외송금을 요구하면 바로 대화를 중단하고 국정원, 경찰 등에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국정원은 보이스피싱, 스미싱, 금융사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가 사라지고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면서 사이버보안과 국제범죄 대응 등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정원의 이같은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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