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KB국민은행]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KB국민은행이 지난 2년 간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혁신금융 서비스 ‘리브모바일(Liiv M)’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약 1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금융회사들이 통신 부문과 융합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이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강성 노조의 반발로 시장을 선점하고도 놓칠 상황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Liiv M으로 금융당국의 혁신금융 서비스 승인을 받은 지 2주년을 맞았다.

2019년 4월 1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시행이 시행됐고 KB국민은행은 2019년 4월 17일 은행권 최초로 Liiv M으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받았다.

당시 KB국민은행은 Liiv M이 통신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거래를 제공하는 금융·통신 종합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Liiv M은 기존 통신사의 복잡한 요금제를 간소화했으며 약정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거래, 간편한 가입, 심플하고 합리적인 요금제, 알뜰폰(MVNO) 최초의 5G 요금제 출시 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10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Liiv M 서비스를 시행한 후 2019년 12월 16일 공식 서비스를 출시했다.

KB국민은행은 만 4세부터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Liiv M 주니어 LTE 요금제’, 스마트기기에서 데이터를 많이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스마트 LTE 요금제’, 무제한 데이터 제공에 기본요금을 낮춘 ‘국민든든 LTE 요금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KB국민은행은 금융과 통신의 융합 서비스를 시도했다. 대표적으로 금융상품인 ‘The주는 Liiv M 적금’과 통신상품인 ‘The주는 LTE 요금제’를 연계해 출시했다. 적금과 통신을 함께 이용할 경우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KB국민은행은 은행을 거래하고 리브엠에 가입한 고객을 위한 멤버십 서비스를 만들었으며 금융 서비스에 이용하는 KB모바일인증서를 이용해 비대면으로 Liiv M 개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같은 다양한 서비스로 KB국민은행은 약 10만명의 Liiv M 고객을 확보했다.

KB국민은행의 Liiv M 인가는 이달 만료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재인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서비스를 이어갈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의 리브(Liiv) 브랜드를 형상화 한 리브맨의 모습 [사진: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의 리브(Liiv) 브랜드를 형상화 한 리브맨의 모습 [사진: KB국민은행]

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통신 결합 경쟁

금융과 통신의 융합 서비스를 추진하는 것은 금융권의 중요한 화두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서비스에 진출하고 기존 금융회사들이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금융과 IT의 경계가 사라지고 무한경쟁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카카오를 모회사로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최대 자산 중 하나는 모바일 서비스인 카카오톡 사용자다.
또 다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는 KT의 자회사다. 케이뱅크는 KT를 비롯해 다양한 IT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8월 케이뱅크는 자사 체크카드나 계좌로 KT 통신요금을 납부할 경우 일부 금액을 환급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제3의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 역시 모바일 송금, 결제 서비스 토스(비바리퍼블리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존 금융회사들도 금융과 통신의 결합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9년 SK텔레콤과 디지털 기반의 금융·통신 혁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9월 SK텔레콤과 5G 기반 혁신 미래금융 서비스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 KT와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방지 프로세스 도입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올해 2월 SC제일은행은 SK텔레콤과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앞으로 모바일, 통신 분야와 금융의 결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은행들은 KB국민은행을 부러운 눈초리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Liiv M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 운영한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도 금융, 통신 융합을 추진했지만 통신사와 파트너 관계를 통해서 협력을 하고 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은행이 주도적으로 서비스를 수행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같은 경험이 KB국민은행이 Liiv M을 운영으로 얻은 가장 큰 자산이라는 지적이다.

[사진: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모습 [사진: KB국민은행]

시장 선점하고도 노조 반대에 고난

KB국민은행은 금융과 통신의 융합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재인가를 앞두고 은행 노조가 Liiv M 서비스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노조의 계속되는 반발이 Liiv M 재인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국민은행 노조는 Liiv M 가입자 유치를 위한 실적 과당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와 관련된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채널에 Liiv M 전담 파트타이머를 130명 점포에 배치해 비대면 가입을 어려워하는 통신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며 “현재 비대면으로 본인 확인이 어려운 고객의 Liiv M 가입을 영업점에서 도와준 경우가 전체 가입 비율의 10%대 수준이며 영업점을 통한 Liiv M 개통 고객은 1%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산해보면 Liiv M의 영업점 업무처리 횟수는 영업점당 1일에 0.1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지역영업그룹 대표의 핵심성과지표(KPI) 항목에 ‘디지털 업무 평가’와 같은 간접적인 평가 항목은 있으나 이로 인해 영업점에서 받는 실적에 대한 부담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Liiv M과 연계한 금융상품 판매를 문제 삼고 있지만 은행 측은 통신연계 상품의 창구 판매를 종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실적 및 순위를 게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은행 측은 직원 개인 실적을 공개적인 채널을 통해 공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갈등으로 KB국민은행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혁신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물론 KB국민은행과 경쟁하고 있는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이 모바일, 통신 등과 융합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뛰고 있는 것이다.

Liiv M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그것은 KB금융이 플랫폼 기업이 되고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Liiv M은 통신 사업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이라는 고유 분야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금융산업의 발전과 고객 편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은행 고유 업무가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 업무만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플랫폼 기업으로 향하는 신사업이 직원들에게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Liiv M 재인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KB국민은행에게는 손해가 되고 경쟁 은행들에게는 오히려 금융과 통신 융합 서비스를 추진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Liiv M 사업의 연속성은 KB국민은행 고객들에 대한 신뢰와도 관련이 있다. 10만명에 이르는 리브엠 소비자 사이에서는 노사 갈등으로 혁신금융 재지정 심사가 차질이 빚을 경우 서비스가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Liiv M 고객이 통신 서비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KB국민은행의 고객이라는 점에서 서비스 중단은 은행에 대한 신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결국 KB국민은행 노사가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인식하고 Liiv M 고객 보호와 재인가 등에 대해 대승적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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