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클레이 가격 상승은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 성장이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속 가능성은 좀더 두고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 클레이 가격이 1년여 만에 30배 가까이 뛰었다. 결과만 보면 '놀라운' 수치다. 클레이 가격은 지난해 5월 말까지만 해도 100원대 후반이었는데 6월 초 국내 일부 거래소들에 상장된 후 500원까지 뛰었고, 지금은 5000에 육박하고 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뛰어넘는 상승세다.

클레이 가격 상승세는 올해 3월 들어 두드러졌다. 암호화폐 정보 제공 서비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월 말 클레이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랭킹 13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현재 클레이 시가총액은 유통 공급 물량 24억4000만여개 기준으로 10조5000억원 규모다. 클레이 전체 발행량인 100억개를 기준점으로 잡으면 클레이 시총이 모회사인 카카오를 앞선다는 얘기들도 나온다.

2019년 삼성전자는 클레이튼에 연동되는 갤럭시노트10, 일명 클레이튼폰을 한정판으로 내놨는데, 이를 구매한 사람들에게는 클레이 2000개가 그냥 주어졌다. 지금 가격으로 환산하면 1000만원에 가깝다.

1년 전만 해도 클레이는 갖고 있어도 별로 할 게 없는 암호화폐였다. 일부 거래소에서 사고 파는 것 말고는 딱히 쓸 데가 없었다. 클레이튼에 올라온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이른바 디앱들은 생각보다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클레이튼으로 디앱을 활성화하겠다는 그라운드X의 비전을 블록체인 판 안팎에 있는 사람들이 체감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만큼 지금과 같은 가격 상승은 1년 전 당시엔 많은 이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다.

반전의 원인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탈중앙화 금융(디파이)이다. 전반적인 암호화폐 가격 상승세 속에 클레이튼에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요소가 붙으면서 클레이 홀더(보유자)들이 뭔가 할 게 늘었다는 점이 클레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클레이튼 노드로 참여하는 오지스는 지난해 7월 클레이를 클레이를 맡겨두면 이자를 제공하는 스테이킹 서비스인 클레이스테이션을 내놨고 이후 네오플라이, 해시쿼크도 클레이튼 스테이킹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였다.

오지스는 11월 초 클레이튼과 클레이에 최적화된 탈중앙화 거래소(DEX) 클레이스왑을 출시했다.

클레이스왑은 이더리움 기반 DEX인 유니스왑이나 스시스왑처럼 오더북 기반이 아니라 자동화된 마켓 메이커(Automated Market Maker, AMM) 기반 DEX를 표방하고 있다.

AMM 기반 DEX에서 가격은 차익 거래(arbitrage)를 통해 조정된다. 중앙화 거래소들과 비교해 차익 거래 기회가 크고 대형 거래를 소화하기에 좋다는 점에, 거래를 하면 해당 DEX가 발행한 거버넌스 토큰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앞세워 AMM 기반 DEX들은 지금까지 성장세를 구가해왔다. 유니스왑이나 스시스왑과 마찬가지로 클레이스왑도 거버넌스 토큰인 KSP를 제공한다.

오지스에 따르면 클레이 스테이션에 있는 주소 수는 9000개, KSP 홀더 주소도 1만5000개 수준이다. 클레이 초기 투자자들도 있지만 일반 유저들도 참여하고 있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넘버원 디파이 플랫폼인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사용량 증가로 수수료가 급증하면서 일부 사용자들이 이탈하는 상황도 클레이스왑에는 플러스가 됐다. 클레이튼은 이더리움과 비교해 탈중앙성은 약화됐지만 속도는 빨른 것이 특징이다. 클레이 거래 시 수수료가 거의 없다.

디파이가 양적으로 성장한 건 클레이튼에서만 벌어진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이더리움에서 시작된 디파이 열기는 폴카닷과 코스모스 등 다수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옮겨 붙었고 비슷한 상황이 클레이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클레이튼에서 디파이가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계속 진화해 나갈지는 좀더 두고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클레이튼을 포함해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는 암호화폐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스크보다는 높은 수익이라는 기회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하락장으로 돌아설 경우 분위기는 바뀔 수 있다. 특히 가격이 단기 간에 급격하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디파이 모델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3월 하루도 안돼 이더리움 가격이 40% 가량 확 떨어졌을 당시에도 이더리움을 담보로 잡아둔 디파이 서비스들이 담보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기반 토큰들로 달러 고정 스테이블코인인 다이(Dai)를 발행할 수 있는 디파이 서비스인 메이커다오도 발행된 다이보다 담보로 잡아둔 이더리움 가치가 일부 부족해지는 상황이 포착됐다. 메이커다오보다 복잡한 구조의 디파이 서비스들이 급격한 가격 하락을 시스템 차원에서 버틸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클레이튼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중앙화돼 있는 클레이튼 블록체인 구조가 디파이를 지원하는데 한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여전하고 정부 규제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 생태계가 아직까지 한국 위주라는 점, 또 여러 디파이 서비스들이 공존하고 경쟁하는 이더리움에 비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클레이튼이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오지스 외에 다른 업체들도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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