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이 다음 달 중순께 업계 첫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내놓는 가운데, 고유 영역인 후불결제 기능을 나누게 된 카드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지: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의 후불결제 서비스 출시가 임박했다. 고유 영역인 후불결제 업무를 빅테크·핀테크 업체와 나눠 갖게 된 신용카드사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다음달 중순께 후불결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서비스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지정을 받아 법 개정 전임에도 다른 업체들보다 먼저 출시되게 됐다. 지난달 금융위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지 않고도 후불결제 업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현행 전자금융거래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관한 특례를 부여했다. 네이버페이로 결제시 충전 잔액이 모자라도 개인별 월 한도인 30만원까지는 외상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첫 테이프를 끊은 만큼 카카오와 토스 등 다른 대형 핀테크 업체들의 합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용평가 모형을 보유한 빅테크·핀테크 업체 대부분은 후불결제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학생이나 주부 등 일명 '씬파일러'나 저신용자에 신용카드 기능을 허용함으로써 새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영준 핀테크산업협회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공청회에서 "소액 후불결제가 가능해지면 이용자 입장에선 충전금이 부족할 때 다시 충전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사라질 것"이라며 "일부 우려와 달리 할부·리볼빙·카드론과 같은 대출 성격의 여신사업 라이선스를 부여받는 게 아니다. 미성년자 대상 신용카드보다 한도가 낮고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전제조건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출시 소식을 경쟁 빅테크·핀테크사들보다 더 예의주시하는 곳들이 있다. 그동안 후불결제를 전유물로 삼아온 카드업계다. 일단 금융당국이 나서서 일명 '빅테크식 신용카드' 출시를 장려하는 이상 현재 한도인 30만원이 향후 50만원, 100만원으로 늘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카드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액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여신기능의 효과와 동일하지 않느냐"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는 혁신금융 서비스여서 여전법의 규제를 적용받지도 않는다. 향후 이런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면 카드사들의 고객 점유율은 점점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전금 업체들은 빨라야 내년 4월부터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소액 후불결제 기능 허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내달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인데, 개정안은 국회 통과 후 1년 뒤에 시행된다. 하지만 금융위가 네이버파이낸셜을 앞세워 혁신금융 지정을 통한 허용 사례를 만든 만큼, 주요 업체들은 혁신금융 서비스로 시장 진출에 나설 공산이 크단 게 업계 지적이다.

일각에선 '불행 중 다행'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혁신금융 서비스 제도를 활용해 전금 업체가 시간 격차를 두고 서비스를 출시하면 카드사들로서도 이에 대응할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데 이득이란 입장이다.

한 카드사 노조 지부장은 "전금법 개정안 시행을 즈음해 대형 핀테크사가 후불결제를 출시하는 것보다 지금의 상황이 결과적으로는 더 좋을 수 있다"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의 시장 반응을 보고 우리 업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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