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 국내 금융기관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연구원, KDB산업은행 산하 연구소에서 분석 자료가 나오고 있다. 시중 은행들 역시 향후 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중앙은행 CBDC에 관한 연구와 개발을 지속할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4일 서면 간담회 자료를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CBDC 파일럿 시스템 컨설팅을 진행해 왔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가상환경에서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해 테스트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테스트는 자금이체, 대금결제와 같은 기능과 함께 발행, 유통, 환수 등의 각 단계별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CBDC 연구는 당장의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연구는 미래의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며 “내년 이후에도 올해 테스트 결과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후속 기술 개발 및 테스트를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급등한 비트코인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도 언급했다. 그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서 기능하는 데 제약이 있다며 향후 CBDC가 도입되면 지급수단으로서의 가상자산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법적 이슈 및 법령 제·개정 방향’ 책자를 발간했다. 이 연구는 외부연구용역으로 CBDC 관련 법적 이슈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행법 등 관련 법령의 제·개정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진행됐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CBDC는 법정화폐로서 발권력 및 강제통용력에 있어 현재 통용되는 한국은행권 및 주화와 같은 지위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CBDC에 법화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법에 CBDC 발행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한국은행권 및 주화에 적용되는 규정을 준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KDB미래전략연구소 등 CBDC 동향 분석

한국은행 뿐 아니라 국내 다른 금융기관들도 CBDC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금융권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연구원은 최근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최근 동향 및 향후 과제’ 보고서를 내놨다.

금융연구원은 바하마에서 2020년 소매용 CBDC를 도입, 사용 중이며 중국, 스웨덴 등이 실제 도입을 목표로 시범 프로제트를 진행하고 있고 미국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금융연구원은 CBDC를 이용한 국경 간 거래 또는 각국 통화 간 거래 가능여부가 CBDC 도입에 핵심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CBDC가 국제 지급결제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급격한 자금이동, 자금세탁, 불법자금 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CBDC의 국제적 유통과 협력의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도 최근 ‘CBDC 도입 관련 동향 및 영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소는 CBDC 개발 동향을 소개하고 일반화폐, CBDC, 가상자산의 특징을 분석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CBDC가 결제의 편의성, 효율성을 높여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CBDC의 특징인 투명성 강화가 역설적으로 중앙은행이 미간 자금흐름 및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화 CBDC가 국내 거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한국의 통화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CBDC 상용화까지는 수년이 수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CBDC를 상용화하고 국제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만큼 CBDC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 금융회사들도 CBDC 동향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디지털 위안화, 달러 패권 탈피 신호탄 되나’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소는 중국 금융시장의 폐쇄성 등으로 디지털 위안화가 단기간 내 글로벌 결제 시스템 판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지만 해외 건설 프로젝트, 주요 무역국과의 무역대금결제, 해외 노동자 송금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중 교역 및 송금 규모가 큰 한국도 디지털 위안화 결제가 등장, 증가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좀 더 적극적으로 CBDC에 대응하고 있다. 3월 8일 신한은행은 한국은행의 CBDC 발행을 대비해 LG CNS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의 시범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할 경우 디지털화폐의 원활한 시중 유통 및 사용을 위한 중개기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중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디지털화폐 플랫폼을 시범 구축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CBDC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며 영향이 제한적이거나 실제 도입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내부적으로 CBDC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기관들이 CBDC에 대해 분석하고 보고서를 내놓는 것만으로도 CBDC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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