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알서포트에게 지난해는 물이 들어왔을 때 확실하게 노를 저은 해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기업들에서 원격 근무가 확산되면서 알서포트가 주특기로 하는 원격 제어 및 지원, 클라우드 기반 화상회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 대상(B2B) 시장에서 보기 드문 고성장이다.

해외 사업도 인상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알서포트는 원래부터 해외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 절반을 차지할 만큼 높은 편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70% 수준으로까지 확대됐다. 코로나19 확산 전 출시한 화상회의 서비스 리모트뷰도 공공과 민간 기업들을 빠르게 파고들며 당초 예상보다 빨리 연착륙했다.

알서포트는 올해 사업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리모트미팅에 기대를 거는 모습. 화상회의 대명사 격인 줌(Zoom)을 상대로한 일대일 대결도 예고한 상황이다. '줌아웃'(Zoom out)이라는 도발적인 캠페인까지 들고 나왔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도 "리모트미팅은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줌보다 직관적이다"면서 올해는 화상회의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형수 대표와 올해 주요 사업 전략과 줌과의 경쟁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알서포트는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다. 특히 의미 있었던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해 매출이 두배 가까이 늘었다. 3분기까지만 놓고 보면 매출이 2019년 202억원에서 360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2분기들어 매출 성장은 가속화됐다.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 사업 비중도 더욱 커졌다. 이제 매출 70% 가까이가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제품별로 보면 일본에선 클라우드 기반 원격 제어 솔루션인 리모트뷰 중심으로 성장했다. 회사 시스템에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리모트뷰는 가상 데스크톱(VDI)의 대안으로도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VDI보다 저렴하다 보니 기업과 금융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은 재택 근무가 한국보다 일상화돼 있다. 한국은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줌을 쓰기 시작했지만 일본은 그전부터 쓰는 기업들이 많았다. 줌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보니 리모트미팅 보다는 리모트뷰 중심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에서도 생산성 도구로서 리모트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020년은 리모트뷰가 단순히 IT관리자들이 원격 제어용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기업 직원들이 집에서 업무를 위해 회사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준 시기였다. 일본은 이미 제품 포지셔닝이 이렇게 돼 있었는데, 한국은 지난해가 터닝 포인트였다. VDI 대비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이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리모트미팅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화상회의를 처음 도입한 곳들이 많다 보니, 일본에 비해 파고들 공간이 많다. 이를 감안해 올해 리모트미팅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국내 화상회의 서비스 시장은 줌이 주도하는 가운데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팀즈를 앞세워 줌과 경쟁하려는 판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줌의 세상'이었다. 화상회의만 놓고 보면 점유율이 여전히 70~80%는 된다고 보고 있다. 하반기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팀즈가 성장하기는 했지만 아직 줌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팀즈는 메신저 소프트웨어에서 회상회의도 제공하기 때문에 메신저를 쓰려는 기업들에선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화상회의만 따로 놓고 보면 중량감이 떨어진다. 화상회의 경우 팀즈가 줌의 확실한 대안이라 보기는 아직 어렵다."

-팀즈처럼 화상회의 기능을 포함한 협업 플랫폼이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줌이나 알서포트 같은 화상회의 전문 서비스업체들 입지는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 전문 화상회의 솔루션는 여전히 필요하다.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고, 화상회의 응용 분야도 회의를 넘어 다양한 용도로 확장되고 있다. 리모트미팅 고객을 예로 들면 독서토론회나 초빙 강연을 위해 도입한 공공 도서관도 있고, 대민 활동을 위해 쓰는 기초자치단체장들도 있다. 다문화센터에서도 도쓰고 있다. 이런거 하려고 회상회의 기능을 포함한 메신저 쓰기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상상치 못했던 곳에서 리모트미팅을 쓰는 사례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리모트미팅의 최대 경쟁자는 줌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한국 시장만 놓고 보면 줌을 뛰어 넘는 것이 목표다. 줌아웃 캠페인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줌을 쓰는 공공기관들이 줌에는 없는 기능들을 많이 요청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줌을 앞설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줌은 한 화면에서 한번에 12명 정도를 볼 수 있지만 리모트미팅은 100명까지 가능하다. 커스터마이징 작업 없이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바로 100명까지 보여준다.

한국에 적합한 사용자 경험(UX)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업그레이드를 통해 다양한 AI 기능을 보강했고 음성 품질도 크게 개선했다. 휘파람을 불어도 휘파람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다. 개인화 부문을 제외하면 리모트미팅이 UX 측면에서 줌보다는 직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줌에서 리모트미팅으로 바꾼 곳들 중에선 줌보다 UX가 좋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UX 측면에서 줌과 다른 점을 꼽는다면?

"리모트미팅은 회사 나와서 회의실을 쓰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돌아간다. 회사 내부용으로 쓸 때 리모트미팅은 가상 미팅룸을 99개 제공하는데, 빈 곳 찾아서 회의를 바로 진행하거나 예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번 회의실을 잡으면 회의 참가자들에게 1번 회의실이라고 알려주면 된다. 줌과는 다른 환경으로 보다 회의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다. 외부 사용자들까지 참여하는 경우엔 줌처럼 링크와 1회용 비빌번호를 제공한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줌과의 정면승부를 강조하는 이유는? 시장은 일본이 훨씬 크다.

"줌에 대항할 수 있는 UX라고 해서 당장 줌을 쓰는 고객들을 윈백(Win-back)하는 것은 쉽지 않다. B2B 시장은 특히 그렇다.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도 만만치 않다. 그런 만큼 일본보다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본다. 한국은 줌 교체 수요에 대한 기대도 있다. 줌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으로 국내서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자 학교 등에는 무료 버전도 시간 제한 없이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했는데, 7월말부터는 유료로 전환한다.

교육부는 줌 대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이학습터를 활용할 예정이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학습터만 쓰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온라인 수업엔 이학습터도 충분할 수 있지만 학부모 상담이나 교사들간 화상회의 용도로는 외부 전문 솔루션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리모트미팅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글로벌 시장 공략은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다."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에도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메타버스가 대표적이다. 리모트미팅이 이같은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커뮤니케이션의 판이 바뀔 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기회도 만들어질 것이다. 텍스트 기반 메신저를 넘어 가상현실과 가상세계가 주도하는 환경에서 리모트미팅으로 승부를 걸어보고 싶다. 나름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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