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에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동일규제’를 요구하는 금융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빅테크도 자신들과 동등하게 규제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에 자금세탁방지, 해외송금 등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동일규제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한 은행이 금융위원회에 핀테크, 빅테크에 대해서도 은행과 똑같은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할 것을 건의했다.

해당 은행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의 규제를 은행과 핀테크, 빅테크에 동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은행업자들은 비대면 고객확인의무로 고객 신분증 촬영 및 주소검증 등을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지만, 전자금융업자들은 주소검증 여부에 따라 신분증촬영 생략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은행은 자금세탁 관련 리스크 관리에 은행, 핀테크, 빅테크 간 차이를 둘 수 없다며 똑같은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은행은 해외송금 관련해 소액해외송금업자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금융감독원에 요구했다. 해당 은행은 금감원의 요청에 따라 고객이 비대면 해외송금을 할 때 합산 금액을 계산해서 거래를 제한하고 있는 반면 소액해외송금업자는 연간 한도 내에서 제한없이 해외송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액해외송금업자는 건당 미화 5000달러, 연간 누계 미화 5만달러 한도 내에서 제한 없이 송금이 가능한데 은행들은 금감원 때문에 여러 건의 합산 금액으로 고객들의 거래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은행은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시중 은행들의 비대면 해외송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소액해외송금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송금과 관련해 또 다른 건의도 있었다. 한 은행은 금융위에 외국인이 시중은행을 통해 해외송금을 할 경우 금액에 관계없이 거래 외국환은행 지정등록이 필수이지만 소액해외송금업체를 통한 거래인 경우 소액(미화 5000달러 이하) 거래는 지정등록 없이 해외송금 처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은행과 소액해외송금업체의 규제를 똑같이 해달라는 것이다.

3가지 사안에서 제기된 공통된 주장은 핀테크, 빅테크 기업을 은행과 똑같이 규제를 하거나 은행에 규제를 그들처럼 풀어달라는 것이다. 즉 ‘동일업무, 동일규제’ 주장이다.

금융권은 이미 지난해부터 동일규제를 주장해 왔다. 금융위, 금감원이 혁신금융 육성을 내세우며 빅테크, 핀테크 기업에 규제를 완화해주면서 기존 금융회사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주장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금융당국 수장에게 직접 이야기할 정도로 불만이 많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당국, 금융권, 빅테크, 핀테크를 참여시킨 디지털 금융협의회를 출범시키면서 동일규제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연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도 업권간 공정경쟁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3월 25일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관련해 “빅테크나 핀테크도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일한 규제를 강조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회사들이 앞으로 금융당국에 더 다양하고 세부적인 동일규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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