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중구 소재 NH농협금융지주 본사 회의실에서 개최된 제1차 「농협금융 소비자보호협의회」에서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2월 5일 서울 중구 NH농협금융금융 본사 회의실에서 개최된 제1차 농협금융 소비자보호협의회에서 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NH농협금융그룹]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이 약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권이 분주하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세부 법 내용에 대한 홍보에 들어간 가운데, 금융회사들도 서둘러 금융소비자보호법 이행을 다짐하고 조직 개편, 인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들은 법 시행으로 부담과 규제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첫번째 법 적용 대상이 되지 말자는 분위기가 읽힌다. 금융소비자들의 권리 강화를 골자로 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오는 3월 25일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금융당국, 금융회사들 금소법 시행 앞두고 대응 분주

서울핀테크랩은 23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 

서울핀테크랩은 “지난해 3월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1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3월 25일 시행된다”며 “특히 금소법은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업자,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상품은 물론 신용협동조합,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대부업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와 같은 핀테크 업계가 취급하는 상품 등 금융업계가 취급하는 대부분의 상품을 규율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당 법률의 주요 내용, 업계에 미치는 영향, 핵심 점검사항을 안내하는 세미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금소법 이행을 점검하는 금융감독원도 분주하다. 최근 금감원은 홈페이지에 금융소비자보호법 FAQ(자주 묻는 질문들) 코너를 마련하고 1차 질의응답 내용을 공개했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금소법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또 금감원은 2월 1일부터 금소법 콘텐츠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영상, 웹툰, 카드뉴스 등 금융소법의 이해를 돕는 콘텐츠를 공모해 향후 홍보에 활용할 방침이다. 19일부터는 300명 규모의 금융소비자리포터 모집에 나섰다. 금융소비자리포터는 금융소비자를 대표해 불편사항, 제도개선 사항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앞서 지난달 말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감독국과 금융상품판매감독국을 통합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소비자보호 제도, 금융상품 판매 관련 기획·제도 개선 업무를 금융소비자보호총괄국으로 일원화했다. 또 금융민원총괄국에는 민원 관련한 제도·분석·조사기능을 집중하고 분쟁조정 전담부서를 신설해 실손의료비, 사모펀드 등 급증하는 분쟁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개별 금융회사들의 대응도 한창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2일 금소법 시행에 대비해 ‘상품숙지 의무제’를 도입했다. 신규 금융상품 판매 시 직원의 교육수료 여부를 검증해 해당 상품의 내용을 숙지한 직원만이 금융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 할 수 있도록 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은행권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했으며 이를 통해 최적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지원할 예정이다”라며 “지속적으로 소비자편의를 위한 제도를 신설하고 불편사항은 제거하여 실효성 있는 소비자보호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은 이달 15일 금융소비자 권익보호와 소비자중심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뉴소비자시대' 소비자보호헌장을 선포했다. 선포식은 사내 방송을 시작으로 전국 부서가 참여해 전 직원의 소비자보호헌장 및 완전판매 준수서약으로 진행된다.

16일에는 SK증권이 '금융소비자보호 실천 결의 대회'를 열었다. 서울 여의도 SK증권 본사에서 김신 사장, 사업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낭독하고 실천 서약을 진행했다. 또 전국에 있는 임직원은 조직별 부서 내에서 행사에 동참했다.

SK증권의 결의문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적합성의 원칙,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등 6대 판매 원칙과 금융·개인정보 보호, 고객의 불합리한 위험 노출 방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래에셋대우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1일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한 제로(ZERO) 선언식을 개최했다.

또 지난 5일 NH농협금융그룹은 서울 중구 NH농협금융 본사에서 전 계열사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가 참석한 2021년 제1차 농협금융 소비자보호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는 원년을 맞아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고객의 입장에서 리스크를 점검하는 등 금융소비자 중심의 영업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신협중앙회도 이달 1일 정기인사를 통해 금융소비자보호 조직 확대 개편에 나섰다. 신협은 기존 준법지원 부문을 확대 개편해 중앙회와 전국 878개 회원 조합별로 이뤄졌던 금융소비자보호와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중앙회가 통합해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같은 금융권의 움직임은 3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어떤 내용이 담겼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무엇이기에 금융권이 이처럼 긴장하는 것일까? 지난달 말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행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과 금융권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금소법 제정 논의는 약 10년 전부터 대두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10대 원칙을 발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2008년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그룹 회사채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금소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2011년부터 금소법 제정안이 발의되기 시작했지만 금융회사에 대한 부담, 규제 문제로 지연되다가 실제 제정은 2020년 3월 이뤄졌다.

KB경영연구소가 발행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과 금융권 과제'에 수록된 금소법 6대 판매 원칙 설명 자료 [표: KB경영연구소]

금소법의 특징은 일부 금융권에 적용되던 6대 금융상품 판매원칙을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6대 원칙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이다. 이에 따라 상품을 숙지하지 않고 고객에게 판매하는 행위, 고객의 이해 정도와 관계없이 설명을 이해했다는 서명을 요구하는 행위, 펀드 공에 객관적 근거 자료 없이 기대수익률을 제시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또 소비자들에게는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이 주어진다. 청약철회권은 일정 기간 내 소비자가 금융상품 계약을 철회하는 경우 판매자가 이미 받은 금전과 재화 등을 반환하도록 하는 권리다. 또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회사가 판매 원칙을 위반한 경우 소비자가 일정 기간 내 해당 계약에 대한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금융상품 해지가 더 수월해지는 것이다.

반면 금융회사에 대한 책임은 강화된다. 설명 의무, 불공정 영업 행위와 부당 권유 행위 금지, 허위·과장 광고 금지 등 주요 판매 원칙을 위반할 경우 금융회사에 관련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또 소비자의 재산상 현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 금융당국이 금융상품 계약 체결 제한과 금지 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또 금소법에는 차별금지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은 금융회사가 금융상품 또는 금융상품자문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성별, 학력, 장애,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계약조건에 관해 금융소비자를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 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특정 사람들에게만 금융상품을 판매하거나 또는 판매를 거부하는 행위와 특정 계층에만 이익을 제공하는 것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책무도 금융회사에 부여된다. 여기에는 국가의 금융소비자 권익 증진 시책에 적극 협력할 책무,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경우에 공정한 금융소비생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책무, 금융상품으로 인해 금융소비자에게 재산에 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책무 등이 포함된다.

오는 3월 금소법 시행으로 소비자들의 권리가 강화되고 불완전 판매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력한 책임이 부과됨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랙컨슈머 등장, 중소 금융회사에 대한 부담 가중 등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에 대한 권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금소법 시행을 악용한 금융 블랙컨슈머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지 솔직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도 이와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 ‘금융 블랙컨슈머로 인한 사회적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또 중소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 등의 부담도 우려된다. 대형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이 금소법 시행을 위해 느끼는 부담과 중소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 등이 느끼는 부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소법이 실제로 시행되면 이런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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