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사기를 막기 위한 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최근 신종 금융사기가 확산되면서 계좌지급정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신종 금융사기가 확산되면서 은행 계좌지급정지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긴급 계좌지급정지가 가능하지만 로맨스스캠, 리딩사기 등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종 사기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처럼 지급정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금융권과 정부 관계자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금융사기 계좌지급정지와 관련된 요청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 A씨는 “최근 로맨스스캠을 당한 피해자다. 보이스피싱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접근한 외국인 친구에게 로맨스를 가장한 피싱이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며 ”이런 사건이 있다는 게 널리 알려져서 더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경찰이나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수사나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 청원을 올린다“고 주장했다.

A씨는 SNS를 통해 접근한 외국인 친구를 알게 됐다. 그는 A씨에게 자신이 한국에 가는데 먼저 보내는 귀중품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외국인으로 가장한 사기범에 속아서 귀중품 택배 비용, 세관 비용 등으로 거금을 사기범의 계좌로 입금했다. 

A씨는 입금 후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고 은행에 계좌지급정지를 요청했지만 로맨스스캠은 보이스피싱에 해당되지 않아서 바로 정지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수사가 시작된 후 며칠이 지나서 지급정지를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청원을 통해 은행과 경찰 등이 소극적으로 대응을 했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2월 초 B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기 범죄에 대해 계좌지급정지를 확대해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B씨는 1월 말 리딩사기를 당해 경찰에 신고를 하고 계좌지급정지 요청했으나 보이스피싱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리딩사기는 전문가를 사칭해 대화방을 만든 후 주식, 펀드, 가상자산 등에 투자를 해준다고 속인 후 돈을 받아 잠적하는 범죄다.

B씨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재테크를 도와주겠다고 속인 뒤 돈만 받아 챙기는 사이버사기가 많다”며 “보이스피싱과 달리 계좌지급정지 이뤄지지 않아 돈을 찾기 어렵다. 신종 범죄에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이버사기도 계좌지급정지에 포함되도록 법 개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C씨는 1월 중순 청와대 국민청원에 리딩사기 사건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얼마 전 재테크 리딩사기 사건을 당했다”며 “보이스피싱일 경우는 구제 방법이 있다고 해서 신고하려 했으나 각 은행들은 이런 종류의 사기는 통장을 지급정지 시키지 못한다는 말만 들었다. 이 계좌들을 지급정지하지 않으면 다른 피해자들이 계속 생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D씨는 12월 말 청와대 국민청원에 리딩사기 피해를 호소했다. D씨는 재태크 광고를 보고 재테크 사이트를 통해 투자했지만 사기였다. D씨는 사기를 인지하고 은행에 사기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를 요청했지만 보이스피싱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D씨는 사기범들의 계좌가 그대로 운영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피해금 역시 환수할 수 없었다. D씨는 “제발 신종 보이스피싱도 통장 지급정지를 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특별법으로 관리되고 있는 반면 다른 사기는 이 법에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확산되고 피해가 늘어나면서 2011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대한 계좌 지급정지, 피해구제, 대응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전기통신을 이용한 사기에만 해당이 되는데 통상적으로 보이스피싱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범죄에는 특별법에 따라 신속한 지급정지와 피해자 구제가 이뤄진다. 반면 전기통신에 속하지 않는 사기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 보이스피싱 범죄만 예외적으로 신속히 계좌지급정지가 적용되는 것이 사실이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사기로 계좌 지급정지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 보수적이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사기 대응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계좌지급정지 대상을 확대했을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계좌지급정지 대상을 확대했을 때 금전거래 문제나 또는 앙심을 품고 다른 사람의 계좌를 사기계좌라고 주장하며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금융사기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 만큼 보이스피싱 만을 계좌 지급정지 대상으로 한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보안 전문가는 “계속 새로운 피싱과 사기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제도 개선도 고민할 수 있다”며 “계좌지급정지 대상 확대와 관련해서는 국민들, 피해자들, 수사당국, 금융권,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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