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해킹과 결합된 금융사기가 전 세계적으로 활개를 치면서 해외 한국대사관들이 대응에 분주한 상황이다. 대사관들은 교민들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안 위협 정보를 공유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9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해외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관 등이 해킹과 금융사기 등을 연이어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17일 스위스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메일 해킹을 통한 송금사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대사관은 해커가 해외 기업의 이메일을 해킹한 후 한국 기업에 거래계좌가 변경됐다고 속이고 송금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12월 9일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금융사기 사례를 공개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한국의 A기업이 해외 거래처로부터 계좌가 변경됐으니 변경 계좌로 거래대금을 입금하도록 요청받았다. A기업은 2억6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네덜란드 소재 ING은행으로 송금했는데 이는 해커들의 사기 행각이었다. 해커는 피해자가 평소 거래하던 거래처 이메일 계정과 유사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해 거래처인 것처럼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10일에는 이탈리아 밀라노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최근 유럽 각지에서 기업 이메일 해킹을 통한 무역 송금사기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공관이 관할하는 이탈리아 북부에서도 기업 이메일 해킹 후 거래처를 사칭해 무역대금 송금을 요구하는 신종 금융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공지했다.
12월 16일에는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이 “네덜란드,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소재 은행을 이용해 이메일 해킹을 통한 계좌번호가 변경됐다며 해당기업이 소재하는 은행의 제3의 계좌로 송금토록 유도하는 이메일 송금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에도 국제 금융사기와 해킹이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1월 1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된 사기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영사관에 따르면 범죄자들은 전화로 연락해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해 주겠다고 하면서 계좌 송금 유도하거나 백신 접종 대상에 선정되었다는 문자, 이메일 등을 보내고 돈을 특정 계좌에 송금 또는 인터넷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코로나19 백신 관련사기는 스페인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다른 국가들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이 2월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경우 이와 유사한 사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2월 1일에는 네덜란드 주재 한국대사관이 해킹을 경고했다. 대사관은 “최근 이메일 해킹을 통한 우리 국민 및 기업의 해외 송금사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로 우리 국민 및 기업들은 해외 무역 거래를 하던 중 해커들이 이메일로 계좌 변경을 요청한 것에 대해 확인 없이 송금하고 있어 많은 금전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사관들과 전문가들은 거래처에서 계좌변경, 송금 등을 요청받는 경우 반드시 전화, 팩스 등으로 확인을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또 회사 PC 보안을 강화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이메일은 삭제해야 하며 피해 발생 시에는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경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같은 국경이 사라진 해킹 금융범죄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글로벌 시대에 기업들의 국제적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 점, 코로나19로 금전을 노리는 해커들의 범죄가 확산되고 있는 점, 비대면 소통과 거래가 늘고 있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해킹 금융사기가 특정 국가의 영역을 벗어나면서 각국 대사관들이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적 해킹 금융사기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대사관, 영사관 등의 대응도 강화해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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