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전경. [사진: 각 사]
5대 금융지주 전경. [사진: 각 사]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배당성향을 20%로 제한하는 권고령을 내리면서 금융지주사들이 실적 발표에서 배당성향을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차례 내부 논의를 거쳤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따를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우리)가 4~5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다. 통상적으로 금융지주들은 한해 실적발표와 함께 배당성향도 공개했으나, 올해는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들에게 배당성향을 20%로 제한하라는 권고안을 내렸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성향은 25~27% 수준으로, 최소 5%p 이상 낮추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불황이 계속될 경우 은행들이 이를 만회할 여력을 갖춰야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배당성향과 관련된 내용은 어디까지나 권고안으로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금융지주가 결정할 일”이라며 “금융지주사들의 불만과 어려움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내외 주주들이 술렁이기 시작하면서 일부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배당계획에 대해 아무런 언질이 내려온 것이 없다.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만약 미뤄질 경우 주주들의 답답함이 예상되지만,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된다. 따로 공시를 통해 발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과 관련된 부분은 오는 3월에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주도하는만큼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며 "주총 전까지 관련 대책을 수립한 후 배당성향을 발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결국 금융지주사들의 당국의 뜻대로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맞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일부 금융지주사들은 주요 주주들을 상대로 배당 축소의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배당축소 근거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하고, 여러차례 강조해온 상황에서 이를 어기는 금융지주는 없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배당성향에 대해 워낙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탓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