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배당 성향을 20% 아래로 낮추라고 권고하면서 벌써부터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서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그동안 은행들이 자사주 매입으로 부양했던 주가마저 곤두박질 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은행권에 올해 배당 성향을 20% 이하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로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권이 부실 채권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보수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논리에서다. 이번 권고안은 한시적 조치로 올해 6월까지만 적용된다. 만약 권고안대로 20% 수준으로 배당성향을 낮출 경우 4대 금융지주 배당금은 약 65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은 권고가 아닌 사실상 규제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당국이 배당과 관련해 은행권을 수차례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를 상대로 구체적인 배당 성향 축소를 권고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은행권은 배당과 관련된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규 사업과 관련한 인허가를 내고 있는만큼 은행권 입장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서다. 게다가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가 곧 열릴 예정이라 은행들이 느끼는 압박은 더욱 거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배당에 대해 축소하라는 언질은 있었어도 이번처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올해 은행들이 마이데이터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할 의지를 내보인 상황인 상황에서 당국의 의지를 거스르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배당 축소를 받아들였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권고안 발표 이후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29일 기준 KB금융은 전날보다 1.95% 하락한 주당 4만300원, 신한금융은 4.81% 하락한 3만650원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각각 3만2650원(-5.6%), 8800원(-3.3%)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전날 금융당국의 발표로 주가가 한차례 하락한 터라 이를 합할 경우 하락세는 더욱 확대된다.
이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별로 KB금융은 외국인 51만9288주, 기관 21만4761주 순매도 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외국인이 4만6871주, 기관이 16만1224주, 우리금융은 외국인이 23만7주, 기관이 10만6838주를 순매도 했다.
국내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금융지주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배당성향을 축소할 것인지 묻는 주주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런 배당 축소를 반대하는 글까지 나타났다. ‘상장 금융회사들에 대한 관치금융을 중단해야 합니다’라는 청원글에는 지금까지 847명이 동의했다. 또 지난 7일 마감된 ‘금융주 연말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에는 3466명이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정한 6개월 동안의 배당성향 축소기간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이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만큼, 금융당국이 또다시 은행권에 보수적인 관리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외국인 주주들의 이탈 현상을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최대 수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배당 축소 권고안이 나오면서 외국인 주주들의 이탈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며 “현재 외국인 주주들의 대규모 이탈 현상이 최악의 경우로 꼽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 현재로선 그런 상황이 나타나질 않길 바랄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4대 금융지주 순이익, 배당총액, 배당성향 현황. [자료: 에프앤가이드]](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101/262436_221932_455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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