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업자들이 자사 서비스 이용약관 내 '단정적인 표현 지우기'에 나섰다. [이미지: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핀테크로 대표되는 전자금융업자들이 서비스 이용약관에서 '단정적인 표현'을 속속 지우고 있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하라는 금융감독당국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올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는 만큼 업계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잠재적 소비자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각오다.

29일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용약관 변경을 신고한 전자금융업자들에게 약관에서 '일체의' '어떠한' '전적으로' 등 단정적인 표현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가령 '비밀번호에 관한 일체의 책임은 이용회원 본인에게 있다'는 문장에서 '일체의'라는 단어를 빼는 식이다. 원천적인 책임은 이용자에게 있을 수 있지만 예외의 경우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핀테크 기업 코나아이는 금감원에 단정적 표현을 삭제한 약관 변경안을 제출했다. 네이버파이낸셜도 금감원의 권고 사항을 반영해 지난 26일 공지사항을 통해 이용약관 내 11곳에서 '항상' '모든' '어떠한 경우에도' 등의 단정적인 표현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24일 회사와 회원의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자 단정적인 단어를 없애고 포괄 조항을 수정한다고 공지했다. 

금감원이 개별 기업의 약관까지 신경쓰는 것은 금융소비자의 권리가 부각된 올해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는 3월 21일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윤석헌 금감원장은 신년사에서 "2021년은 금융소비자보호 원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발표한 금융감독 디지털전환 로드맵에선 금융소비자 보호를 4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금감원은 시장상황을 반영해 해마다 특정 사항을 업계의 약관 개정에 반영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피싱 사고에 대응하는 이용자보호 방안을 약관에 넣으라고 권고했고 올해는 단정적 표현 삭제가 주제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조는 개별 사유로 약관을 변경안을 제출한 기업들을 위주로 순차 적용되고 있다. 기업이 제출한 약관 변경안을 심사하면서 단정적인 표현도 함께 정리하라고 권하는 식이다. 현행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금감원은 제출 받은 약관이 건전한 금융거래질서의 유지를 위해 내용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업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회사가 나서서 단정적인 표현을 개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자금융업자는 기존 금융사와 달리 내부통제 조직을 갖추지 못한 곳이 상당수여서 애초에 약관을 제정할 때 타사 약관을 베껴오거나 법률자문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분기별로 전자금융업자한테서만 70~80건의 약관 변경안이 접수된다. 시장이 모습을 갖춰가면서 미리 당국의 시정 사항을 반영해 신고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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