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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과 아마존웹서비스(AWS)로 대표되는 대형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간 신경전이 연초부터 뜨겁다. 이번에는 오픈소스 기반 엔터프라이즈 검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엘라스틱과 AWS가 공개적으로 치고 받는 장면이 연출됐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개발 업체들이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특히 AWS를 상대로 날을 세우는 것은 요즘은 어색치 않은 풍경이다. 오픈소스 SW 업체들이 AWS가 오픈소스 SW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몰아 붙이는 경우가 수시로 벌어진다.

몽고DB 등 오픈소스 SW 업체들은 AWS가 다양한 오픈소스 SW에 대한 유료 매니지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함으로써 해당 소프트웨어 관련 서비스와 컨설팅으로 먹고 사는 개발사들 핵심 수익 모델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엘라스틱과 AWS의 '싸움'도 마찬가지다. AWS가 엘라스틱서치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자체 매니지드 서비스를 내놓자 엘라스틱은 AWS가 그럴 수 없게 라이선스 조건을 바꿨고 이에 AWS는 엘라스틱 서치 프로젝트를 포크(Fork)해 기존 라이선스 아래 제공하는 것으로 맞불을 놨다. 이에 따라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엘라스틱 서치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혼란이 커진 상황이다.

엘라스틱과 AWS 간 불편한 관계의 역사는 2015년 AWS가 아마존 엘라스틱서치 서비스를 출시하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AWS가 엘라스틱서치 오픈소스 버전에 적용된 퍼미시브 (permissive) 아파치 2.0 라이선스 아래 엘라스틱서치 유료 매니지드 서비스를 직접 내놓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엘라스틱 입장에선 AWS가 매니지드 서비스를 직접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중요한 밥그릇을 건드는 행보로 비춰질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AWS가 갖고 이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이에 엘라스틱은 AWS가 엘라스틱서치 매니지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라이선스 정책을 바꾸는 조치를 꺼내 든다.

엘라스틱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엘라스틱 서치와 키바나(Kibana)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기존처럼 퍼미시브 아파치 2.0 라이선스 아래 이용할 수 없도록 라이선스 정책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엘라스틱은 엘라스틱 서치와 키바나 프로젝트에 기존 오픈소스 SW 프로젝트와 비교해 폐쇄적이라 논란이 되고 있는 SSPL 라이선스를 대안으로 들고 나왔다. SSPL 라이선스는 클라우드 업체들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갖고 자체 매니지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엘라스틱 서치는 오픈소스 검색 엔진으로 샤이 배넌이 2010년 처음 공개했다. 이후 샤이 배넌은 2012년 엘라스틱을 공동 창업하고 엘라스틱 서치에 대한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엘라스틱 서치는 로그스태시, 키바나와 함께 ELK 스택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콤포넌트다. ELK 스택은 웹사이트에서 검색 역량을 강화하려는 다양한 회사들에서 널리 사용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부상했다. 한국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

기업들은 ELK 스택 매니지드 버전인 엘라스틱 클라우드를 이용하거나 자체 하드웨어나 클라우드에서 직접 관리해 쓰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엘라스틱이 라이선스 정책을 바꾸면서 오픈소스 버전을 가져다 쓰는 기업들은 엘라스틱 서치와 키바나를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 일부로 쓰지 않는다는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엘라스틱은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을 겨냥한 조치라고 하지만 엘라스틱을 자체 소프트웨어 스택에 포함해 쓰는 중소 기업들도 많은 것을 감안하면 라이선스 변경은 엘라스틱 서치 사용자들 사이에서 향후 라이선스 침해 분쟁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엘라스틱이 던진 견제구에 AWS도 그냥 있지 만은 않았다. 엘라스틱 서치와 키바나를 포크해서 엘라스틱과 독립적이면서도 예전과 같은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오픈소스 SW로 계속 제공하겠다고 받아쳤다. SW 세계에서 포크(project fork)는 개발자들이 어떤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복사해 독립적인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으로 통하고 있다.

AWS는 엘라스틱 서치와 키바나 포크를 발표하면서 "프로젝트 포크는 가볍게 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니지만 커뮤니티 요구가 나눠질 때는 올바른 방향이 될 수 있다"면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주는 중요한 혜택은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개발자가 충분히 동기 부여가 돼 있다면 그들 스스로 일을 고르는데 필요한 모든 권한을 이미 갖고 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AWS와 엘라스틱은 상표권 분쟁도 벌이고 있다. 2019년 엘라스틱은 AWS가 엘라스틱 서치라는 상표를 쓴 것에 대해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이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엘라스틱 입장에서 사용자들이 엘라스틱 서치 오픈소스 버전을 가져다 직접 쓰거나 AWS 같은 클라우드 회사들이 제공하는 매니지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먹고사니즘'이 위협받을 수 있다. 때문에 AWS가 직접 오픈소스 SW 기반 매니지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불편해 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엘라스틱이 AWS 때문에 사업 기반이 흔들리는 징후는 없다. 엘라스틱은 기업들이 클라우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최근 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43% 성장했다. 주가도 지난 1년간 두배나 뛰었다. 

그럼에도 AWS를 겨냥해 라이선스를 바꾸는 것에 대해 회사측은 대외적으로는 사업 때문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올바름에 대한 시각은 보는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엘라스틱이 퍼미시브 아파치 2.0 라이선스에서 SSPL로 바꾼 것은 오픈소스 SW가 갖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정체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SSPL은 오픈소스  SW가 아니라 독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가깝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엘라스틱 서치와 키바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컨트리뷰터(contributors, 기여자)들은 자신들의 작업 결과물을 커뮤니티에 있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데, 엘라스틱이 라이선스를 바꾸면서 이들이 크게 실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SSPL로 바꿔 AWS가 엘라스틱 서치와 키바나 포크 버전을 개발할 길을 열어준 것도 적절한 대응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엘라스틱과 같은 오픈소스 SW 개발 업체와 AWS로 대표되는 대형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벌이는 신경전은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성격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경 전 속에 오픈소스 SW 생태계는 점점 폐쇄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롭고, 개방돼 있으며, 어느 정도 낭만도 있었던 오픈소스 SW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가 이미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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