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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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조믿음 기자] 지난해 국내 백화점 업계 대부분은 매출 두자리 수 이상 감소하며 쓴맛을 봤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지난해 전체 백화점 매출 증감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지면서 다중 집객 이용 시설에 대한 소비자 기피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대형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직원들에게 대규모 무급 휴직을 실시한 것에 모자라 올해에는 45개 매장 폐쇄 계획을 발표했다. 

전세계 유통 업계가 코로나 직격파를 맞은 반면 오히려 매출이 늘어난 기현상을 보이는 곳도 생겨났다. 

국내 5개 백화점의 전국 67개 매장 가운데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비롯해 갤러리아 명품관, 신세계 타임스퀘어점 등 9곳은 전년 대비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매출이 9.4% 상승하며 전체 백화점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 뒤로 갤러리아 명품관이 8.5%, 신세계 센텀시티점 7.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백화점의 공통점은 명품 유치를 통한 고급화 전략을 폈다는 것.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서울 강남 백화점을 능가하는 명품 브랜드 라인업으로 승부를 봤다.

지난해 발망과 톰브라운, 알렉산더 맥퀸 등 온라인에서 접하기 어려운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누적 매출 1조를 기록하는 쾌거를 올렸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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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브]
명품 쇼핑 후기를 보여주는 '명품 하울' 유튜브 [사진: 유튜브]

 패닉에 빠진 백화점 매출 속에서도 명품 매출을 올린 이들은 2030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연령대별 명품 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32.8%, 30대가 30.8%로 가장 높았다. 

롯데백화점도 해외 명품 매출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전체 해외 명품 매출 가운데 2030세대가 자치하는 비중은 2018년 44%에서 지난해 48%까지 늘어나면서 향후 MZ세대의 명품 소비는 50%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문화가 맞물리며 자신의 만족을 위해 고가 상품에 선뜻 지갑을 여는 2030세대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 명품 구매는 MZ세대에게 멀지 않은 문화가 됐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을 통해 '명품 쇼핑 하울' 등 명품 관련 콘텐츠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MZ세대가 명품업계에서 '큰 손'이 된 배경에는 최저임금 상승과 코로나19로 막힌 해외 여행이라는 변수가 작용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지난 7년 사이 76%가량 상승했다. 편의점과 카페 등 아르바이트만 해도 벌 수 있는 소득이 크게 늘어났다. 근로자 소득이 늘면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명품을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까지 막히며 여유 자금은 명품 소비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백화점 업계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됐다.

지난 12월에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지만 명품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4시간 이상 대기하는 진풍경이 나타났다. 

(왼쪽부터) 명품관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 [사진: 연합뉴스],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화면 [사진: 디지털투데이]
(왼쪽부터) 명품관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 [사진: 연합뉴스],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화면 [사진: 디지털투데이]

일당 7만원을 호가하는 명품관 줄서기 대행까지 나타난 것은 명품 구매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플렉스 문화와 만나며 명품 소비로 표출된 것이다. 

끝없이 추락하던 유통업계가 명품화 전략을 통해 숨통을 트면서 MZ세대를 잡기 위한 백화점들의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은 본격적인 MZ세대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2030 고객 전용 VIP 라운지'를 신설해 소비자 편의를 제공함과 동시에 백화점 업계 최초 2030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짐에 따라 면세점 또는 해외에서 명품을 구매하던 수요가 백화점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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