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사진=산업은행 홈페이지)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사진=산업은행 홈페이지)

[디지털투데이 김양하 기자]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금융계는 물론 산업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HMM(옛 현대상선), 대우건설 등 굵직한 기업의 대주주이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다보니 산업은행 회장은 예전 총재이던 시절부터 주로 재경부 관리 출신이나 정치인 등 모두 외부 인사가 차지했다.

산업은행에서 아무리 열심히 근무하고 실적이 좋아도 최고 자리에는 오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산업은행에는 인사를 담당하는 부행장을 산업은행 출신이 맡는 것이 암묵적인 관례였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듯이 인사권이 조직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회장이나 총재가 보통 3년 임기를 마치고 떠나기 때문에, 구성원들을 정확하게 평가할 만한 시간이 부족한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이 역대 4번째이자 26년만에 연임하면서 이런 관례가 깨졌다.

첫번째 임기때는 산업은행 출신에게 인사를 담당하는 집행부행장을 맡겼지만, 연임에 성공한 후에는 외부 인사에게 맡겼다.

지난해 12월 31일 산업은행 집행부행장에 오랜 기간 산업은행을 떠나 있었던 박선경 준법감시인을 선임했다.

박선경 부행장은 1990년 산업은행에 입행했지만 2000년에 시티은행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금융부문을 담당한 뒤 2019년에야 산업은행 준법감시인으로 돌아왔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이동걸 회장이 사실상 인사권을 마음대로 행사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외부에서 활동했던 인사를 부행장에 기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박 부행장의 선임 이후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동걸 회장을 비난하는 글이 폭주했다.

능력 중심으로 평가를 하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경영진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만 요직에 앉히는 병폐가 생긴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사흘 뒤에는 외부인사의 영입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옹호의 글도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이 회장의 인사로 산업은행 조직의 갈등을 초래한 것이다.

임기를 마치거나 이 회장이 산업은행을 떠나면 그 자리는 또 다른 외부인사가 채울 것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새로운 회장이 취임할때 마다 바뀐 방침이나 경영 스타일에 맞춰 적응해야 하는 산업은행 직원들의 마음은 누가 채워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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