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현우 인턴기자] 배터리 기반 전기차(BEV) 시장에서 테슬라(Tesla)의 절대 강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전통의 자동차 강호인 일본은 내연기관과 배터리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며, 전기차 시장 진출에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여 왔다.

유럽·중국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 세계 각국의 연이은 탄소중립선언 등으로 인해 전기차 라인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일본산 전기차는 닛산(Nissan)의 '리프'(Leaf)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양산차량이 없어 국내 시장 인지도는 매우 미미한 상황이다.

2021 닛산 리프 [사진: 닛산]

잘나가는 일본 하이브리드...전기차는 '리프' 단 하나

일본 하이브리드 차량은 준수한 연비와 품질로 지난해 불어닥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인 '노재팬'(No Japan) 영향에도 꾸준히 판매량을 이어갔다.

토요타(Toyota)는 작년 국내에 '캠리' 2265대, '라브 4' 2150대, '프리우스' 676대, '아발론' 544대를 팔았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도 'ES' 5732대, 'RX' 957대, 'UX' 903대를 팔았다. 일본 하이브리드 차량의 국내 수요가 의외로 꾸준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일본 전기차의 경우, 올해 수요가 '0'이다. 현재 국내에 판매하는 차량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테슬라는 주력 제품인 '모델3' 1만1000대를 국내 시장에 팔아치우며 전기차 시장 1위 차량으로 자리를 굳혔고, 현대 '코나'도 8066대가 팔렸다. 그러나 국내 시판되던 유일한 일본 전기차인 리프는 2019년 669대에서 2020년 99대로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 더욱이 닛산코리아는 12월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를 선언하면서 리프의 정식 수입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리프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로 2010년 일본에서 처음 출시됐으며, 2019년 3월 글로벌 판매 대수 40만대를 돌파하기도 한 인기 차종이다.

하지만 닛산을 제외한 다른 일본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일본 전기차의 흔적은 '자동차왕국 일본'이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다지 선명하지 않다.

전고체 배터리 선두주자 토요타, 전기차 출시는 늦는 모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의 선두주자인 토요타는 상대적으로 배터리 기반 전기차 투자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미국 시장에 라브4 EV를 소량 판매하는 등 시범적인 시도에만 머물렀다. 테슬라와 합작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개량해서 만든 라브4 EV는 2014년까지 3년간 2000대 남짓 생산하는데 그쳤다.

토요타가 전기차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중국에서 'C-HR'과 형제차 'IZOA'의 전기차 버전을 현지 생산해 판매했는데, 이들은 독립적인 전기차 라인업이 아닌 기존 소형 SUV를 개량한 파생 전기차들이다.

작년 말에는 일본 시장에도 초소형 전기차 'C+팟'(C+Pod)을 출시했다. C+팟은 토요타가 내수시장에 최초로 출시한 2인승 경전기차다. 주행가능거리는 100km 남짓에 가격은 160만~170만엔(약 1700~1800만원)으로 저렴하다. 현재 일본에서만 판매중이며, 글로벌 출시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렉서스의 전동화 전략 또한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다. 2019년 11월에 열린 중국 광저우모터쇼에서 렉서스는 첫 EV모델 'UX 300e'를 공개했다. UX300e는 최고출력 204마력에 1회 충전으로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SUV 차량으로, 이 역시 아직 한국 출시 계획은 없는 상태다.

혼다 e(Honda e) [사진: 혼다]

뒤늦게 전기차 시장 뛰어든 혼다...GM과 공동개발 예정

혼다 또한 배터리 기반 전기차 시장에 늦게 뛰어들었다. 혼다는 지난 2019년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참가를 통해 본격 전동화를 선언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2025년까지 유럽에 판매할 모든 제품을 전동화 제품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첫 제품은 2019년 말 소형 크로스오버 전기차 'VE-1'이다. 중국시장 한정으로 출시했다. 이는 'HR-V'의 전기차 버전으로 독립적인 전기차 라인업은 아니다.

혼다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는 '혼다 e'로 지난해 10월 30일 일본에서 출시됐다. 혼다 e의 디자인은 1960년대의 소형차 'N600'의 디자인을 재해석했다. 배터리 용량은 35.5kWh이며,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기본 모델 기준 283km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일본 내 판매 가격은 450만엔(약 4700만원)으로, 아직 국내 도입 계획은 없다.

이외에 혼다는 제너럴 모터스(GM)와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공동 개발한 전기차는 2023년부터 총 2종류를 생산할 예정이며, 1종은 혼다, 나머지 1대는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 어큐라(Acura)로 판매될 예정이다. 출시 예정일은 각각 2023, 2024년으로 2~3년 뒤에 출시된다.

일본 정부 2035년 내연기관 OUT…전기차 전환 불가피

지난 2019년 일본에서 팔린 신차는 430만대로, 이중 61%인 261만대를 내연기관 차량이 차지했다. 나머지 중 30%가 하이브리드 차량이며, 전기차 비중은 0.5%에 그쳤다. 이같은 전기차 판매 실적 저조에는 일본 내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것은 충전 설비가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기술적으로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분야에 신중한 일본 국민들의 보수적인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2035년 이후 내수 시장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상황이 달라졌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앞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일본 정부가 이런 움직임에 뒤늦게 동참한 것은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탈 휘발유'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사장 [사진: 마이니치신문]

일본 자동차공업회 회장인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작년 12월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너무 성급하게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면, 현재 자동차 산업의 사업모델이 무너진다"며 "수백만명의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은 2040년 내로 내연기관 기반의 신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며, 최근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도 40년간 개발해오던 내연기관 엔진 개발의 중단을 선언했다. 자동차 산업이 기존 기계산업에서 벗어나 ECU, 전장 사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만큼, 자동차 산업계가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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