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한국조폐공사가 삼재(三災)를 막아주겠다고 나섰다. 현물 투자자, 기념품 수집가들을 겨냥해 삼재 부적을 담은 골드바, 실버바를 선보였다. 디지털 시대에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조폐 기관들이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조폐공사는 2021년 1월을 기념해 ‘가화만사성 골드, 실버’ 제품을 출시했다.
조폐공사가 선보인 이 제품들은 골드 26.25그램(g)이 242만원, 11.25그램(g)이 107만원, 실버 93.3그램(g)이 18만3000원이다. 그동안 조폐공사는 다양한 금, 은 제품들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파격적으로 삼재 부적을 담았다. 삼재는 인간에게 9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3가지 재난을 뜻하는 말로 토속신앙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조폐공사는 삼재 부적 골드바를 선전하면서 ‘최고의 실물 안전자산 순금 골드바’를 제공한다며 “이 골드바에는 호랑이와 매를 새긴 삼재 부적을 담앗다. 매와 호랑이가 잡귀를 막고 화를 막아준다는 주술적인 기원은 삼재 부적에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주화, 골드바, 실버바 등에는 위인, 자연, 문화유산, 미술작품, 스포츠 대회 등에 관한 내용이 주로 담겼다. 삼재 부적이 담긴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조폐공사는 최근 이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조폐공사는 조선시대 태조, 영조, 고종 곤룡포 문양을 새긴 금메달을 선보였다. 또 이전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기념 메달, 네이버의 브라운앤프렌즈 메달을 출시한 바 있다. 이들 상품은 모두 인기를 끌어 품절된 상태다.
한국조폐공사가 파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2009년 은행권(5만원권, 1만원권, 5000원권, 1000원권) 제조량이 30억3000만장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조폐공사의 사업계획을 보면 2020년 은행권 발행 발행 규모는 6억3100만장이었다. 약 10년 동안 은행권 발행 규모가 80% 감소한 것이다. 이는 카드와 각종 전자결제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현금 사용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현금 사용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조폐공사는 이에 대응해 디지털 금융 분야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기념 메달, 화폐 사업 등 새로운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조폐공사만의 상황은 아니다. 기념화폐 판매업체인 풍산화동양행은 최근 영국 왕립조폐국이 발행한 데이비드 보위 기념 화폐 예약 판매에 나섰다. 데이비드 보위는 영국 출신 록 가수다. 영국 왕립조폐국은 대중가수인 데이비드 보위 기념 주화를 공식적으로 발행한 것이다. 데이비드 보위 기념 주화는 벌써 일부 상품이 품절됐다.
지난해 영국 왕립조폐국은 영국 록 밴드 퀸(QUEEN) 결성 50주년을 기념하는 주화, 영화 007 제임스 본드 기념 주화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조폐 기관들이 상품 판매를 위해 기존의 보수적인 관행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색다른 주화 등이 주목을 받고 빨리 품절이 되고 있다”며 “조폐공사 입장에서는 더 잘 팔리는 주화를 만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