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검사 과정에서 지적한 내용들이 반복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중에는 금융실명제 위반이나 임직원 관리 등 기초적인 내용도 있어 금융권이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금융감독원은 ‘2019년도(요구일 기준) 반복적 검사 지적사항 유형’ 분석 자료를 작성해 금융회사들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의 자율적인 시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9년 6월 ‘2018년도 반족적 검사 지적사항 유형’ 자료를 작성해 배포했다. 이어 1년 6개월 만에 다시 반복적인 검사 지적 사항을 공개한 것이다.
2019년 금감원은 반복적, 중복적으로 문제가 드러난 70개의 유형을 공개했고 이번에는 48개 유형을 소개했다.
금감원의 분석에 따르면 비상식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금융거래 실명확인 의무 위반이 9건 적발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정기예금을 가족대리인의 신청에 따라 재예치할 때 명의인이 사망했는데 명의인 본인이 내점한 것처럼 명의인의 주민등록증으로 실명확인을 함으로써 금융거래 실명확인 및 고객확인의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즉 죽은 사람이 금융회사를 방문해 실명확인을 한 말도 안 되는 일이 그것조 반복적으로 지적받았다.
지난 2019년 금감원이 지적한 내용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예금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대리인이 제출한 가족관계 확인서류에 명의인이 사망한 것으로 표시돼 있었는데 사망자 명의의 계좌를 개설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이 상품 매매와 관련된 규정은 위반한 사례도 5건이 있었다. 금감원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이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자기의 계산으로 주식을 매매하고, 소속 회사에 계좌개설 사실 및 분기별 매매명세를 통지하지 않은 사림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금융투자 분야에서는 이해관계 충돌 등을 우려해 임직원들의 주식 거래, 투자 상품 매매 등을 규제하고 있다. 임직원이 자신이 투자한 주식, 상품에 가입을 유도해서 이득을 챙기려 할 경우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도덕한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내용은 2019년 금감원 분석 자료에도 똑같이 지적된 사항이다.
금감원이 분석한 내용에는 기본적인 규정을 위반한 사례들이 많다. A회사 보험설계사가 보험 계략을 했는데 B보험대리점의 다른 보험설계사가 모집을 한 것처럼 변경한 사례도 16건이 적발됐다. 보험 계약 시 중요 사항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7건, 보험모집을 위해 특별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 위반도 6건이 있었다.
저축은행에서는 대주주 겸 대표이사가 지급받은 법인명의 신용카드를 대주주 특수관계인에게 양도해 사용하도록 한 것이 5건 적발됐다. 또 금융권에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 기준금액을 초과해 신용공여를 하고 이를 신고하지 않은 사례도 10건이 있었다.
금융회사 임원을 선임, 해임하는 경우 7영업일 내에 금감원에 보고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한 사례가 5건 있었다. 은행 2곳, 저축은행 2곳, 손해보험사 1곳은 개인신용정보 제공, 활용 시 고객동의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같은 사례들은 기본적인 것임에도 반복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2019년 6월 공개된 내용과 2021년 1월 공개된 내용을 비교해보면 여전히 시정되지 않는 내용도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위해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