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 추진 소식이 업계 안팎을 뜨겁게 달궜다. 이 소식은 전기차 시장이 더이상 완성차 업체들의 리그가 아니며 앞으로 관련 기업 간 합종연횡이 시작될 신호탄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애플차 사업의 핵심은 자체 설계한 모노셀 배터리로 알려져 있다. 개별 셀을 늘리고 파우치와 모듈 제거로 확보한 공간에 활성 물질을 더 많이 담을 경우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한 리튬철인산엄(LFP) 배터리 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애플은 현대차를 포함해 몇몇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검토 중이다. 과거에도 BMW, 메르세데스 벤츠, 마그나 등과 전기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위해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데이터와 디자인 권한을 요구하는 애플의 요구를 완성차 업체들이 거부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애플이 다수의 완성차 기업들과 접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폰처럼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진: 웨이모 공식 홈페이지]

구글 웨이모가 자율주행차 파이어플라이를 50대 제작한 후 완성차 제작을 포기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애플 역시 완성차 기업에 필요한 요건을 직접 갖추기보다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애플이 고급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복잡한 생산, 서비스, 판매 네트워크를 갖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03년 설립된 테슬라도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하기까지 무려 17년이나 걸렸다.  

전기차 플랫폼 e-GMP을 개발한 현대차 입장에서는 애플과 협력한다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 부문에서도 애플과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술 부문에서의 협력도 가능하다.

특히 애플이라는 거대 기술 기업과 아이폰 잠재 이용자층을 고려한다면 이미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테슬라와 함께 전용 플랫폼 MEB를 활용해 ID.3 양산을 시작한 폭스바겐, 제네럴모터스의 BEV3, 도요타가 스바루와 공동 개발한 e-TNGA 등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협력 방식도 다방면으로 예상할 수 있다. 중국 승차공유 플랫폼 디디추싱은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와 합작회사를 설립, 승차 공유를 위한 맞춤형 전기차 생산에 나섰다. 현대와 애플 역시 이같은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어 아이카까지 연결하는 아이에브리씽 디자인 철학과 생태계 구축을 매우 중요시한다. 현대차 역시 디자인 품질을 높이는데 많은 공을 들여온 만큼 단순한 ODM 방식의 협력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으로도 보인다.

[사진: 셔터스톡]

블룸버그NEF는 202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 신차 모델이 500개 이상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도 자율주행 전기차 협력을 여러 업체에서 제안받았다고 밝힌 바 있고 애플 역시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3월 발표한 BMW와 다임러의 자율주행 협력은 지난해 6월 끝이 났다. 최근 죽스를 인수한 오로라와 폭스바겐의 협력 역시 종료돼 폭스바겐의 경우엔 현재 포드와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협력을 하고 있다. 

격변기를 맞은 모빌리티 시장은 부품 원가, 상호 간 기술 수준과 협력 포인트, 얼라이언스 상황 변화 등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기차 레이스에서도 자율주행차를 뛰어넘은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현대차 역시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연구개발비 절감, 기술협력 시너지, 시장 확보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협력은 성공 필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소식은 현대차와 애플, 양측의 이해 관계가 맞닿아 있는 만큼 두 회사의 협력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도 볼 수 있다. 관건은 애플이 디자인 자존심을 얼마나 내려놓을 수 있을지, 현대차가 제조업 마인드를 얼마나 유연하게 바꿀 수 있을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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