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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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빅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미국 IT 기업,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해 독과점·불공정 경쟁 방지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규제 초안을 공개했다. 그동안 EU 규제당국은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관리법(DMA) 등을 마련·도입하며 미국 IT 기업들에 대한 독과점 견제하고 경쟁 환경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왔다. 

EU에 이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대형 IT 기업 대상으로 사용자 정보 수집·활용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음식배달, 모바일 쇼핑 등 모든 영역에서 플랫폼 기반 비대면 거래·온라인 중개가 확산하며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이 빨라지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시장 불공정행위 근절, 독과점 예방 등을 위한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콘트롤타워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과징금을 기업 전체 매출에서 3%로 늘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U가 선보인 규제 초안...게이트키퍼 플랫폼 개념으로 애플·구글 잡는다 

EU가 지난달 선보인 규제 초안은 지난 11월 말 EU 집행위원 티에리 브레튼이 제안한 디지털 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 상의 ‘게이트키퍼(Gatekeeper)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판정기준을 포함한다. 게이트키퍼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애플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거대 플랫폼을 말한다. 

구체적인 규제 내용을 살펴보면 EU 단일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중요한 판정 기준이며 중소 판매업자가 특정 플랫폼 이외별도의 판매 수단 부재로 해당 플랫폼 이용이 사실상 불가피한 경우도 게이트키퍼 플랫폼으로 간주한다.

게이트플랫폼 규모는 판단 기준에서 배제하지만 규모에 따른 시장 지배력과 지위 남용 및 영향력 등은 최종 판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소규모 플랫폼에 대해 경쟁 제한적 조치가 가능한 경우에도 게이트키퍼 플랫폼에 해당한다. 

EU는 게이트키퍼 플랫폼의 객관적 판정기준을 설정할 뿐 리스트를 직접 지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금지관행을 명확히 규정하고 EU 시장조사 기능 강화 등도 새로운 디지털 시장 법안 초안에 포함시켰다.

게이트키퍼 플랫폼 사업자가 선호하는 제품·서비스와 묶음 판매 등을 유도하는 반경쟁적·불공정행위 등이 대표적 금지행위다. 자사 플랫폼 관련 상품 우대 및 휴대전화 등 하드웨어 시스템에 특정 소프트웨어 설치 의무화, 부당한 계약 조건 등을 금지관행으로 포함한다고 보면 된다. 

새로운 디지털 시장 규제 법안은 유럽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불공정 경쟁 행위가 포착될 경우 벌금 부과, 강제 회사분할 등 강력한 조치를 시사하고 있다. 기업분할은 최종 수단이 아니라 필요한 중간 도구로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 지배력을 차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아울러 기업 인수합병을 검토 중인 경우 그 목적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사전 보고해야 하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승인받기 어렵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기업의 글로벌 매출 최대 10%를 벌금으로 부과한다. 

◆EU 주요 회원국, 규제 전담기구 설립·디지털세 강행 등으로 강력 규제 추진

지난 11월 영국은 온라인 광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기술회사에 대한 행동규범을 감독하고 규제를 전담하는 ‘디지털 시장 유닛(Digital Markets Unit)’을 신설해 발표했다. 이 기구는 2021년 4월 출범 예정으로 IT 기업 정책을 보류·중단시키거나 관련 규정 위반 시 벌금 부과 권한을 갖는 등 불공정 행위 감독 업무를 전담할 계획이다.

올리버 다우든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소수 기술기업이 가진 권한은 관련 시장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글 영국 지사는 모두가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시장 유닛과 유연한 협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지난 11월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의 2020년 디지털 매출에 대해 ‘디지털세’ 부과를 발표하며 미국과 갈등이 재점화됐다. 지난해 1월 프랑스 정부가 글로벌 IT 기업에게 3%의 디지털세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보복 관세 부과로 맞대응하면서 보류됐던 적이 있다.

대형 IT 기업이 프랑스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면서 세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프랑스 당국은 판단해 지난 2019년 7월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디지털세를 제도화한 적 있다. 디지털세 부과 대상 기업은 2019년 프랑스에서 거둔 매출이 2500만 유로(한화 약 392억원), 세계 매출이 7억5000만유로(약 9878억원) 이상인 곳이다.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디지털세 부과 대상인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미국 IT 기업에 2020년 디지털세 납부 고지서를 발송했으며 기한은 2021년까지로 통보했다. 조 바이든 차기 미 정부 출범을 앞두고 프랑스가 디지털세 징수를 강행하면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보여준 보복 관세 조치 등 갈등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페이스북은 사업을 운영하는 국가의 모든 세법을 준수하겠다는 반응을 일단 보이고 있다. 

◆미국 FTC, 대형 IT 기업 대상으로 사용자 정보 수집·활용 공개 요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12월 구글·트위터·페이스북·바이트댄스 등 거대 IT 기업에 미국 소비자 온라인 활동 추적 방법과 데이터 활용처 등 상세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데이터 수집·이용 방법, 사용자에게 어떤 광고를 보여줄지 결정하는 방식 등이 요구한 자료이고, 해당 기업은 45일 안에 답변을 전달 의무가 있다. 이번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즉각적 처벌을 받지 않지만 향후 FTC가 해당 기업 규제나 제재 조치를 취할 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FTC는 지난 12월 페이스북이 잠재적 경쟁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싹을 잘라버리는(Buy or bury) 전략으로 지배력을 확대해 왔다며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적 있다. 이러한 페이스북 행위는 공정 경쟁을 저해하며 소비자 혜택을 없앤다며 정부가 반독점 행위를 차단해 경쟁 복원, 혁신과 자유경쟁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을 주축으로 미국 46개주와 특별구 워싱턴D.C., 미국령 괌이 공동으로 페이스북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페이스북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했다는 이유다. 

한편,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바꿔 페이스북과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 앱스토어 내 모든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가 수집·추적하는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미리 공개하는 한층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정책 실시를 지난 달 발표한 것이다. 앞서 일부 앱에 대해 적용하기도 했으나 이번에 모든 앱으로 확대했다. 이번 달부터 시행하며 위반할 경우 앱스토어에서 삭제·퇴출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앱의 설명란에는 해당앱이 수집할 수 있는 ▲사용자 추적 데이터 ▲사용자 식별 데이터 등이 포함된다. 

애플은 프라이버시 관련 수집 정보와 데이터 투명성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수집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책 변화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메일을 공유하지 않고 페이스 아이디와 터치 아이디로 로그인 ▲위치 정보 없이 사진 공유 ▲백그라운드에서 위치 정보가 사용되는지를 사용자에게 알려주기 등 애플은 그동안 개인정보보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애플이 ‘맞춤형 광고’를 제한한다며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개인화된 광고가 없으면 다수의 소상공인·중소기업은 매출 6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며 내부 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개인화된 광고 제약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고 보면 된다. 사실상 아이폰 사용자가 데이터 추적을 거부할 경우 광고 사업에 큰 비중을 둔 페이스북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새 개인정보보호 정책에 따라 매출 50% 이상 감소 가능성도 제기했다. 애플이 개인정보보호를 앞세워 자사 모바일 생태계를 통제하며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한국 정부, 데이터 규제 어떻게 하나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에서도 음식배달, 모바일 쇼핑 등 모든 영역에서 플랫폼 기반 비대면 거래, 온라인 중개가 확산하며 디지털 경제로의 변환이 빨라지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6월 플랫폼 시장 불공정행위 근절, 독과점 예방 등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며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착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공정 거래관행 및 실태 조사·시정 및 표준계약서 모범 거래 기준 등 세부 가이드라인이 지속적으로 제·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출범한 개인정보위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을 통해 과징금 부과 대상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서 전체 기업·기관으로 확대하고, 부과기준을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에서 전체 매출액으로 상향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온·오프라인 사업자에 대한 구분 없이 법 위반사항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3%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EU 등 해외 주요국의 입법례에 따라 과징금을 대폭 강화해 기업의 사전적 의무준수와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위는 디지털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약화될 우려가 있는 국민의 정보주권을 법 개정을 통해 강화할 방침이다. ‘개인정보 이동권(전송 요구권)’을 도입해 국민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이용·제공되도록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국민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공공분야에 도입된 이동권을 전 분야로 확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보편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설명요구 등 국민의 적극적 대응권을 보장한다.

또한 데이터3법 개정시 단순 편입된 정보통신서비스 특례(제6장)를 일반규정으로 일원화해 기업 등의 혼란과 이중부담을 해소한다.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로의 전환에 따라 온·오프라인에 모두 적용이 필요한 특례규정은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일반규정과 유사한 취지의 특례규정은 일반규정으로 일원화해, 온·오프라인의 상이한 규제를 통일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한다.

전체 매출액의 3% 적용에 대해 최영진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예를 들어 EU 같은 경우는 초안이긴 하지만 과징금이 전체 매출액의 10%로 나와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과징금 액수를 높여가는 추세에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며 “그 이유는 개인정보의 유출·노출과 관련해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고는 주로 기업이나 대규모 사업자에 의한 경제적 이득의 획득을 위한 목적이다. 그 개인정보로 인해 얻은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환수하여야 한다는 요구는 세계적으로도 진행이 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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