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시중은행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실내 대기고객을 10명 이상 제한하는 방안이 나온지 1주일이 넘었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드물었다. 일부 은행들은 관련된 안내가 미흡했고, 10명 넘는 고객들이 객장 안에 머무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창구 직원과 고객과의 거리도 최소 1.5m 유지하도록 지침이 내려졌지만 상담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5일 오후 12시 20분 서울 성수동 일대 시중은행 6곳을 돌아다녀본 결과, 대부분의 은행들이 연초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소 혼잡스러운 상황도 연출됐다. 객장 입구에서 청원경찰이 내방한 고객 한사람씩 체온을 재고 있었다. 때문에 입구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은 거리두기 없이 일렬로 붙어 있는 채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객장 안도 사람이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시중은행에서는 대기인원이 10명을 훌쩍 넘은 2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의식한 몇몇 고객은 객장 바깥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순번이 넘어갈 때마다 객장 안쪽을 살펴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예상됐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부 은행에선 객장 내 고객이 10명을 넘지 않는 곳도 있었으나, 10명이 넘어가더라도 따로 제재하지는 않았다. 객장 내 대기손님 10인 이하를 안내하는 안내문도 붙어 있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지난해 말 은행연합회가 정부의 특별방역 강화대책에 따라 내놓은 방안과는 정반대다. 당시 은행연합회는 실내 고객 10명 이내 제한, 직원과 상담고객 간 거리 최소 1.5m 거리유지 등 방역지침을 발표했다. 다만 영업점마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물론 예전과 다른 모습도 눈에 띈다. 내방한 고객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좌석마다 거리두기 칸도 지정돼 있어 어느정도 거리두기도 확보됐다. 보통 아파트 단지나 상가가 밀집한 은행에서는 고객이 밀집된 경우 소란스러운 분위기일 때가 많은데, 이날은 창구에서 고객과 상담하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한 편이었다.
그렇다면 창구에서는 방역지침이 이행되고 있을까. 실제로 기자가 카드 재발급을 목적으로 상담을 받아본 결과 거리 유지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안그래도 칸막이와 마스크 등으로 창구직원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거리가 멀어지자 상담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은행 6곳을 돌아다녀봤지만 이중 어느 창구도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거리두기가 무색할 정도로 붙어 상담을 진행하거나, 서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접촉이 있는 모습이 일어나곤 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 관계자는 “상담 자체가 평소보다 배 이상으로 힘들어졌다. 아무리 영업점을 찾아오는 고객이 줄었어도 일정 수준 이상은 유지되고 있는데, 이때마다 고객에게 거리두기를 말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는 지침은 어디까지나 권고로 강제성을 가지고 하는 부분은 없다”며 “이미 최고수준의 방역체계와 단축영업 등을 진행하고 있고, 거리두기에 대한 효율성 문제 때문에 지켜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업장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10명 이내로 제한했기 때문에 업장마다 탄력적 운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영업점 상황에 따라 최대한 연합회의 지침대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대부분이 좌석간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열 체크 등을 방역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고정훈 기자]](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101/259064_220157_315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