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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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5G 통신 네트워크를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운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엣지컴퓨팅을 향한 관련 업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활용 사례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서 엣지컴퓨팅은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의 한계를 보완하는 플랫폼으로 통한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스마트팩토리 등 디지털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흐름은 확산되고 있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클라우드에선 지연 시간(레이턴시)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같은 요구 사항을 맞춰주기 어렵고, 엣지컴퓨팅이 해결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발생하는 물리적인 위치 근처에 관련 컴퓨팅 인프라를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엣지 컴퓨팅은 각종 기기 근처에 소규모 서버들, 이른바 엣지 네트워크를 배치해 지연시간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시점에서 전국에 걸쳐 있는 5G 네트워크는 엣지컴퓨팅을 구현할 잠재력을 갖춘 인프라 중 하나로 통한다. 엣지컴퓨팅판에서 이통사들이 큰손 대접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엣지컴퓨팅을 활용해 퍼블릭 클라우드만으로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유형의 서비스 탄생을 지원하는 플랫폼 지위까지 노리는 모습이다. 

실시간 애플리케이션 지원 인프라로 부상 주목

그동안 엣지컴퓨팅은 기존 클라우드 컴퓨팅을 보완할 잠재력을 갖췄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받아왔지만 최근 들어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관련 업계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엣지컴퓨팅을 위해 통신 인프라를 보유한 이통사와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간 협력도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SK텔레콤과 AWS도 제휴를 맺고 국내에서 5G 인프라를 엣지컴퓨팅 인프라로 투입하는데 적극 나섰다.

AWS는 최근 SK텔레콤과 협력해 초저지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가능케 하는 엣지컴퓨팅용 클라우드 솔루션 AWS 웨이브렝스(AWS Wavelength)를 국내에 공개했다. AWS 웨이브렝스 서비스는 SK텔레콤 5G 네트워크 위에서 운영되며,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국내 전역에서 모바일 기기 및 사용자를 위한 초저지연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AWS 고객사들은 현재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AWS API, 도구 및 기능들을 활용해 애플리케이션 중 5G 네트워크 에지에서 초저지연성을 요하는 구성 요소를 배포할 수 있으며, 이를 AWS 서울 리전에서 구동중인 나머지 애플리케이션 및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와 긴밀하게 연동하는 아키텍처를 구성할 수 있다.

AWS에 따르면 이미 국내 몇몇 기업들이 웨이브렝스를 자사 서비스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음성제어 증강현실 플랫폼 개발 업체인 딤파인은 지리적으로 분산된 산업 현장에서도 데이터가 풍부한 시각적 이미지 및 정보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협업하여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현배 딥파인 대표는 “딥파인은 도로, 기지국, 소화전, 저수지와 같은 공공자산에 대한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유지보수와 전반적인 공공 안전을 위해 5G 스마트 글라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 5G 네트워크 내에서 AWS 웨이브렝스를 통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원격 현장과 기업 본사간의 실시간 통신을 가능하게 해,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평가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화상 및 문자 채팅 화면, 문서 및 이미지 공유, 웨비나 솔루션 업체 구루미는 AWS 웨이브렝스를 활용해 SK텔레콤과 라이브 이벤트를 진행했다. 구루미를 통해 연극 ‘10년 동안에’가 생중계됐으며, 관객 플랫폼은 SK텔레콤 네트워크 기반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 인프라에 구축됐다.

SK텔레콤 5G 스마트폰과 AWS 웨이브렝스 MEC는 배우들이 언제 어디서나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한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배우와 청중을 연결해 클라우드 공간에서 공연의 경험을 재창조했다. 연극을 보면서, 실시간 영상 플랫폼을 통해 공연 예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온라인에서 보다 많은 실시간 연극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상현실(VR) 환경에서 생체신호를 수집해 사용자의인지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생체정보 기반 사용자 분석 시스템을 개발한 룩시스랩스도 웨이브렝스 활용 사례로 소개됐다. 룩시드랩스에 따르면 VR 헤드셋에 부착된 센서에서 수집된 안구 움직임 및 뇌파(EEG)와 같은 생체신호는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분석돼 노인을 비롯한 사용자 인지기능 평가에 활용된다.

채용욱 룩시드랩스 대표는 "60세 이상 노인들 인지기능 평가에도 활용 가능한 VR에 최적화된 생체정보 기반 사용자 인지기능 분석 및 훈련 시스템을 연구개발해 왔고, 환자 인지기능장애에 대한 평가 및 모니터링 개선을 위해 현재 부산대병원과 협력 중이다. 이번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SK텔레콤 5G 엣지 네트워크를 통해 환자 생체신호를 전송하고, AWS 웨이브렝스를 활용해 안전한 통신 인프라 내에서 생체정보를 처리, 저장 및 분석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게임 솔루션 업체 유비투스는 닌텐도 등 글로벌 업체들을 위한 게임 플랫폼을 운영하고 관리한다. 사용자는 유비투스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 콘솔 게임기, 스마트 TV, 그리고 컴퓨터와 같은 다양한 기기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 

웨슬리 쿠오(Wesley Kuo) 유비투스 CEO는 “사용자에게 우수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기기간 초저지연 연결이 요구되며, 통신사 5G 에지 상에 있는 AWS 웨이브렝스가 이를 제공할 수 있다”며, “유비투스 게임 클라우드(GameCloud) 플랫폼은 AWS 웨이브렝스 GPU 인스턴스를 사용해 초저지연으로 엔드유저에게 게임 타이틀을 직접 렌더링 및 스트리밍했다. 그 결과, 사용자는 다운로드 또는 설치 없이 즉시 게임을 실행하고,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다른 기기로 게임을 실행할 경우 중단한 부분부터 바로 시작되는 지속적인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서비스 업체 우아한형제들은 로봇을 활용한 배달에 웨이브렝스를 활용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신사업부문 로봇사업실장 김요섭 이사는 "올해 초 국내 최초로 음식배달 로봇을 상용화하면서 배달의민족에 로봇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6개 가량 탑재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 ‘딜리드라이브’는 물체와 사람, 반려동물 등을 감지해 피할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원격 조정이 가능한 기능을 갖췄다. 올해 초, AWS 서울 리전에서 딜리드라이브를 테스트했다. SK텔레콤 5G와 AWS 웨이브렝스를 통해 고객 경험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G 밖에서도 엣지컴퓨팅 생태계 구축 시동

엣지컴퓨팅 비즈니스 모델이 5G에 기반하는 것만은 아니다. 해외의 경우 최근 IT인프라 제공 업체인 델테크놀로지스와 물류 배송 업체인 페덱스, 그리고 데이터센터 업체 스위치가 엣지컴퓨팅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동맹을 맺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3사 협력은 페덱스가 보유한 시설에 델이 하드웨어 인프라를 제공하고 스위치는 이를 자사 기존 컴퓨팅 센터에 연결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3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컴퓨팅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기업 방화벽 뒤에 놓고 쓰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용으로 쓸 수 있다.

3사 엣지컴퓨팅 허브는 현재 멤피스와 테네시 지역에서 개발되고 있다. 향후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페덱스는 직접 3사가 구축할 네트워크를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테스트하고 있는 배송 로봇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엣지컴퓨팅 허브를 사용할 것이란게 회사측 설명이다.

3사는 이번 엣지컴퓨팅 허브가 자율주행 네트워크나 최신 제조 시설을 지원하는데 적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인프라는 컴퓨터들이 머신러닝과 AI로 실시간 의사 결정을 해야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로즈 델 CTO는 "엣지는 유행이다. 하나의 모델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까지 완벽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했다"면서 "이번에 선보이는 네트워크는 새로운 모델이다. 모든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또는 멀티 클라우드 환경으로 갈 것이라는 현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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