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인민은행 모습  [사진: 중국인민은행 홈페이지]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올해 중국인민은행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을 시작한 가운데 향후 파장에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가 당장 국제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디지털 위안화의 본격적인 사용에 대비를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디지털 위안화, 달러 패권 탈피 신호탄 되나’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소는 “중국인민은행이 2014년부터 추진해온 디지털 위안화가 최근 온·오프라인 결제 테스트를 진행하며 상용화에 한발짝 다가섰다”며 “디지털 위안화를 통한 위안화 영향력 확대를 경계한 주요국 중앙은행도 디지털화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대중 무역대금 및 송금 규모가 큰 국내 은행들도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화폐 관리비용 절감, 위조 및 자금세탁 방지, 지급결제사업자에 대한 의존도 축소 등을 명분으로 디지털화폐 발행을 준비해왔다. 이어 올해 4월부터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을 중국 선전과 쑤저우, 청두, 슝안 등 4개 지역에서 시작했다.

11월 2일(현지시간) 코인코드에 따르면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을 통해 10월까지 약 400만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금액으로 20억위안(약 3390억원) 규모에 달했다. 현재 중국은 12월 12일부터 쑤저우 시민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 2차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차 사업은 일반 소매 및 결제를 목적으로 하는 소액 거래 디지털 위안화 실험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0월 인민은행은 실물 위안화와 디지털 위안화를 모두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은행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하며 디지털 위안화 발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디지털 위안화는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에 우선적으로 발행하고 상업은행이 다시 이를 일반 대중에게 재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기존 결제수단과 공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연구소는 중국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디지털 위안화 운용 범위를 대외로 확대해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위안화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대일로와 같이 중국이 주도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국가 간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 운영 구조  [이미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특히 연구소는 중국 금융시장의 폐쇄성 등으로 디지털 위안화가 단기간 내 글로벌 결제 시스템 판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지만 해외 건설 프로젝트, 주요 무역국과의 무역대금결제, 해외 노동자 송금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중 교역 및 송금 규모가 큰 한국도 디지털 위안화 결제가 등장, 증가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디지털 위안화 보유 선호도가 높아질 경우 시중은행에서의 위안화 유출 가능성에 대비한 디지털 위안화 예금 관리 시스템 등 새로운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른 기관들도 디지털 위안화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KB금융지주 산하 KB경영연구소는 지난 7월 ‘중국인민은행 디지털화폐와 위안화 국제화’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에 대해 분석했다.

KB경영연구소는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디지털화폐 개발이 위안화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한다”며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흡한 위안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고려할 때 단순히 위안화를 디지털화 한 인민은행 디지털화폐가 글로벌 역외시장에서 널리 통용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향후 디지털 위안화가 유통화폐를 점진적으로 대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일각에서는 정부의 감시, 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국내 은행들이 예금 자금의 디지털 위안화로의 이탈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며 디지털 위안화 관련 IT 시스템 구축 수요 확대에 따른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11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중국 암호법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에 대비해 국내 유관 기관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사처는 “디지털 위안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디지털 위안화의 규격과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은행도 디지털화폐 관련 암호기술 사업 지원 및 특허 확보 등을 통해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의 참여해 체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이 각국의 디지털 화폐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전 세계 66개국 중앙은행들 중 80%가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U 유럽중앙은행이 디지털 유로 발행을 검토하고 있고 스웨덴이 올해 e크로나 시험을 완룔하고 내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행도 내년에 디지털 엔화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8월 디지털 화폐 파일럿 시스템 구축을 위한 외부 컨설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중 디지털 화폐 파일럿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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