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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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클라우드 인프라 하드웨어 혁신을 향한 관련 업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CPU와 역할을 분담하는 기술인 스마트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카드(스마트닉, SmartNIC)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거물급 회사들의 지원 속에 스마트닉은 단숨에 클라우드 하드웨어 판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했다.

가상화 플랫폼 업체인 VM웨어는 10월 엔비디아 등과 제휴를 맺고 스마트닉 확대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고 인텔과 네이버 클라우드도 최근  차세대 스마트닉 기술 개발을 위해 동맹을 맺었다.

스마트닉은 CPU가 하는 일을 덜어주는 일종의 오프로드(Off load) 기술이다. 서버에 설치하면 CPU가 하는 일을 스마트닉이 나눠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동안 스마트닉은 서버에서 네트워크 분하를 분산시켜주는 보조 장치 수준이었지만 많은 업체들의 지원 속에 최근에는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크게 확대됐다. CPU, 프로그래머블 반도체(이하 FPGA), GPU까지 커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CPU처럼 컴퓨팅 프로세스를 처리하는 컴퓨터 반열에 올라선 것은 물론 스토리지 역할도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김욱조 VM웨어코리아 상무는 "스마트닉은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의 민주화를 이끌 인프라가 될 것이다"면서 엔터프라이즈 컴퓨팅과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게임체인저로서의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VM웨어는 지난 10월 온라인으로 개최한 VM월드2020 행사에서 스마트닉를 수용하기 위한 프로젝트 몬테레이(Project Monterey)를 공개했다. 인텔, 엔비디아, 델테크놀로지스, HPE, 레노버 등 하드웨어 및 반도체 회사들과도 제휴를 맺었다.

협력의 첫단계로 VM웨어는 가상화 하이퍼바이저인 ESXi가 스마트닉에서 돌아가도록 할 예정이다. 얼핏보면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는 행보지만 VM웨어는 ESXi가 스마트닉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VM웨어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이 ESXi가 깔리지 않은 서버까지 커버할 수 있게 되면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판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VM웨어는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 가상화 플랫폼을 모두 제공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VM웨어 서버 가상화가 없으면 네트워크나 스토리지 가상화도 쓸 수가 없다. 서버 가상화 말고 네트워크 가상화만 쓰고 싶은 수요도 꽤 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는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ESXi 가상화 하이퍼바이저를 스마트닉에 올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버에 가상화 기술을 구축하지 않아도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가상화 환경을 이용할 수 있다. 서버 가상화와 스토리지 및 네트워크 가상화 엔진이 CPU 자원을 같이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CPU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정석호 VM웨어코리아 상무는 "스마트닉으로 CPU 부담을 덜게 되면서 컴퓨팅 파워를 가상서버(VM)가 애플리케이션을 돌리는데 집중시킬 수 있다"면서 "스마트닉 카드만 꽃는 것으로도 이 같은 환경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VM웨어 입장에서도 스마트닉이 확산되면서 얻는 것이 많다. 국내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이 운영하는 서버에 가상화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비중은 해외와 비교하면 크지 않다. 가상화 기술이 투입되지 않은 이른바 베어메탈 서버는 VM웨어가 클라우드판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사적으로 밀고 있는 통합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의 영역 밖에 있었다. 

하지만 베어메탈 서버도 스마트닉이 설치되면 VM웨어 관리 플랫폼 영향권에 들어서게 된다. 퍼블릭과 프라이빗을 아우르는 통합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을 승부수로 띄운 VM웨어 입장에선 스마트닉을 통해 그동안 관리 통제 밖에 있었던 서버들까지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네이버 클라우드도 스마트닉 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실탄을 크게 늘렸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인텔(Intel, CEO Bob Swan)과 차세대 스마트닉(SmartNIC) 및 스토리지 네트워크 가속화 연구와 개발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FPGA를 적용한 스마트닉을 가상 프라이빗 클라우드(VPC, Virtual Private Cloud) 서비스 서버에 탑재하고 있다. 보통 랜카드(NIC, Network Interface Card)는 일반적인 트래픽 처리만 가능하기 때문에 VPC용 네트워크 가상화와 같은 특수한 기능은 수행할 수 없는데, 스마트닉카드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네이버클라우드의 설명이다.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네이버클라우드는 FPGA 기술 연구와 내재화를 통해 기존 상용 제품 대비 확장성을 높이고 차별화된 클라우드 기능을 갖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인텔과의 협력을 통해 다방면의 투자 및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및 기업 컴퓨팅 환경에서 스마트닉 도입은 이제 초기 단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수 기업들이 스마트닉을 활용한 가능성을 다양한 분야에 걸쳐 타진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스마트닉에 올릴 만한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VM웨어는 일단 방화벽이나 네트워크 가상화 플랫폼들이 스마트닉에 올라갈만한 솔루션으로 보고 있다.  김욱조 VM웨어코리아 상무는 "보안, 네트워크, 5G, 엣지컴퓨팅을 위한 솔루션들을 스마트닉에서 돌리는 것을 검토해 볼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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