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Apple Pay)
애플페이(Apple Pay).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상반기 애플페이 도입설이 나돌던 일부 금융사들이 협상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는 수년째 도입설만 나오다가 올 상반기 몇몇 금융사가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돌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원활한 협상이 어려워진데다, 국내 페이 시장 포화로 애플페이 상륙 효과에 의문이 생기면서 지지부진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모 시중은행은 애플페이를 도입해 아이폰 내 챗봇과 금융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금융지주도 애플페이를 독점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애플과 상당기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사들이 애플페이를 주목하는 이유는 혁신적인 이미지와 충성 고객이다. 애플은 혁신을 중심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이를 통해 애플 제품만 이용하는 충성 고객을 양산했다. 국내 애플 스마트폰 사용자는 3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애플페이를 도입할 경우 애플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함과 동시에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여러 금융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지난 2017년 카드사들은 애플과 협상을 벌였으나 수수료와 NFC 단말기 보급 등의 문제로 결렬됐다. 당시 애플은 카드사에 0.15% 결제수수료와 3000억원으로 추산되는 NFC단말기 보급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애플페이는 근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NFC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용자는 애플페이에 거래 은행 및 카드를 등록한 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NFC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가 적다.

이에 따라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인 비용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국내 페이 시장이 포화됐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미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이 페이 시장을 주도 중인 가운데, 금융사들 역시 자사 페이를 출시한 상태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페이만 30여종에 달한다. 아이폰에서도 삼성페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페이 서비스가 적용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페이 시장은 애플페이가 첫선을 보였을 때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애플페이 외에는 대안이 없었지만, 현재는 자사 서비스에 집중하기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서비스 구축에만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애플페이보다 적은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자사 서비스 집중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금융사들은 자사 페이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적은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아이폰 관련 서비스를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최근 NH농협은행은 아이폰 이용 고객들을 위한 아이폰 NFC스티커를 도입, 교통카드 기능과 편의점 등의 가맹점에서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아이폰 교통카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실물로 배송되는 스티커를 아이폰에 부착한 후 교통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이폰8이상 모델부터 사용 가능하며, 농협은행 뱅킹 앱인 올원뱅크에서 충전해 이용할 수 있다.

신한카드도 신한페이판(PayFAN)을 통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터치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아이폰 터치결제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마이크를 통해 일회성 결제정보를 송출하는 터치결제 전용 케이스를 통해 이뤄진다. NFC 방식과 달리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삼성페이처럼 원터치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향후 신한카드는 이 케이스를 순차적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 '아이폰 교통카드'(왼쪽)와 신한카드 '아이폰 터치결제 서비스'. [사진: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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