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규제·제도 개선방안' [사진: 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 규제·제도 개선방안' [사진: 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은행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전통적인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쇼핑, 음식, 중고차 등 생활금융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핀테크 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 규제도 완화, 중소 핀테크 업체와 다양한 협력이 가능해졌다. 앞으로 은행들이 어떤 반격 카드로 빅테크 기업들을 위협할지 주목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제5차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열고 ‘디지털금융 규제 및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 확대다. 금융위가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의 대표적인 예시로 제시한 것은 음식 주문이다. 앞으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처럼 은행 앱 내에서도 음식 주문을 하고, 이에 대한 포인트 혜택 등을 제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앱 내에서 소상공인은 공공 앱 수준 이하의 수수료로 매출 증대뿐 아니라 신속한 대금 정산, 매출채권, 담보대출 등 매출데이터 기반 특화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방침이다. 

음식만이 아니다. 그동안 금융권은 다양한 부가가치 사업을 통해 생활금융으로의 발전을 꾀했다. 이미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자체 개발 또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부동산, 중고차, 헬스케어 등 비금융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한 상태다. 꾸준히 스타트업과의 제휴를 늘려가고 있는 만큼 다른 이종 기업과의 결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폭넓게 늘어난다. 

핀테크와의 제휴 강화로 혁신 서비스에 대한 개발도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금융사가 핀테크 업체의 지분 취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금융사가 핀테크 기업에 출자하거나 핀테크기업을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 방안은 금융사와 핀테크 양측 모두에게 ‘윈윈’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사는 자금이 확보된 상태지만 혁신 서비스에 대한 보수적인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반면 핀테크는 혁신 서비스에 대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만 자금 부족으로 안정적인 기술 개발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은행권에서는 스타트업, 핀테크 업체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왔는데 (이번 발표로) 이를 공인받은 것과 다름없다”며 “아직 초기라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앱을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킬지 다른 은행들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이번 방안은 사실상 빅테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의 규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빅테크와의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서는 빅테크의 금융 플랫폼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시장지배력 남용, 이용자 피해 등의 우려 등이 나왔다. 이에 따라 빅테크의 영업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경우 금융사가 준비하고 있는 부가가치 서비스 대부분을 시장에 안착한 상태다. 네이버의 경우 자사 계열사를 통해 ‘네이버쇼핑’, ‘네이버부동산’ 등을 선보였고, 음식배달도 ‘네이버 음식주문’이나 주요 배달 앱에서 네이버페이를 연동하도록 하고 있다.

대출 역시 네이버파이낸셜이 스마트스토어의 매출 정보와 단골고객 비중 등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신용등급을 책정해 진행하고 있다. 최저 연 3.2%의 금리로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앞서 금융위가 금융사 앱 비즈니스 모델로 예를 든 방식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빅테크와의 전면전보다는 당분간 사태를 관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빅테크의 시장 위치가 확고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금융사들이 별다른 재미를 얻지 못하고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만큼 이에 대한 타당성 검토는 내부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플랫폼 사업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네이버통장을 선보였다. 네이버라는 IT대기업이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통장]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대우가 출시한 '미래에셋대우CMA 네이버통장' [사진: 네이버파이낸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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