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후보군을 확정했다.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가 회장 후보군을 공개해온 것과 달리 NH농협금융은 최종 후보자 1명이 나올 때까지 비밀 엄수를 강조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의 특성상 관료 출신간 경쟁이 치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 후보군(롱리스트)를 선정했다. 명단에는 관료 출신 인사뿐만 아니라 금융권 출신 및 내부 인사 등 총 70여명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가 회장 후보군에 선정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향후 임추위는 추가 회의를 거쳐 압축후보군(숏리스트)를 선정하고, 면집 등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 내부규범에 따르면 임추위 개시일로부터 40일 이내 최종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최종 후보자 1인은 다음달 6일 전까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번에도 NH농협금융이 관료 출신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의 특성상 NH농협금융 회장자리는 그동안 초대 신충식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행정고시를 패스한 관료 출신이 맡아왔다. 관료 출신들도 상대적으로 관피아 논란이 적은 NH농협금융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차기 NH농협금융 회장으로 하마평에 거론되는 인물 대부분도 관료 출신이다. 금융권에서는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서태종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장 의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진웅섭 전 원장은 행시 출신(28회)으로, 재무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거친 대표적인 관 출신 인사다. 금융위 시절 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다. 최근 손해보험협회장으로 거론됐었으나 고사의 뜻을 밝히면서 무산됐다.
서태종 전 수석부원장도 손해보험협회장으로 거론되던 인물 중 하나다. 서 전 부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인사로, 금융위 출신이지만 금감원에서도 근무했다. 2017년 금감원 채용비리 사태 때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비리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이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료 출신간 경쟁이 치열하거나 반대로 뚜렷한 후보가 없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NH농협금융은 역대 회장 인선에서 최종 1인 후보가 선정되기 전까지 후보군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회장 인선이 유독 베일에 가려있는 것은 후보간 경쟁이 치열하거나 아직 유력 후보가 떠오르지 않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