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내년 3월부터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신고가 의무화 될 예정인 가운데 실명확인입출금 계좌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가상자산 업계와 은행 등은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은행별로 평가하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일 오후 온라인으로 가상자산 관련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시행령’ 공청회를 개최했다.
올해 3월 가상자산 사업자 등에 자금세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2021년 3월부터 개정된 특금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규정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1월 3일 입법예고했다. 이번 공청회는 시행령에 대한 전문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날 공청회에서 전요섭 금융위 FIU 실장은 시행령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금융당국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는 행위를 기반으로 정했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 교환, 이전, 보관, 관리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 별도 행위는 추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 실장은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 증표를 말한다”며 “화폐, 재화, 용역으로 교환될 수 없는 전자적 증표 그리고 게임물 이용에 따른 유·무형 결과물, 선불전자지급수단과 전자화폐, 선불카드, 모바일 상품권, 전자채권 등은 제외했다. 다크코인 등은 자금세탁 위험이 있어서 취급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특금법 개정과 시행이 가상자산의 제도화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화는 아니다. 업권법이 되려면 설립 인허가 내용이 들어있어야 한다. 종합적 내용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법 의무만 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가상자산 업계의 요구사항이었던 가상자산공개(ICO)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금지 입장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황순호 업비트 팀장은 실명확인입출금 계정 문제를 거론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에 실명확인입출금 계정을 개시할 때 특정 조건을 충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예치금과 고유재산을 구분해 관리하는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했는지, 고객별 거래내역을 분리해 관리하고 있는지, 자금세탁방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등이다.
황 팀장은 “실명확인입출금 계정 조항은 신고수리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조항인 만큼 논쟁이 있었다. 객관적 기준이 반영되길 바랐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잠재적 경쟁사인 은행에 영업 기밀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을 주게 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가상자산 사업자 입장에서는 은행이 요청할 경우 거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패널인 정지은 SC제일은행 상무는 은행들이 가상자산 사업자에 계정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설명했다. 그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충분히 자금세탁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 은행은 직접적 자금세탁 리스크에 노출된다”며 “가상자산 사업자의 사업이 해외와 연계되는 경우 제재 리스크도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금융당국의 기준과 가이드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전요섭 실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실장은 “실명확인입출금 계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해달라고 하는데 은행들 마다 평가 방법과 정책이 다르다”며 “은행들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규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하나의 규정을 만들어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해서 규정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가상자산 사업자와 실명확인입출금 계정을 개시하는 은행은 상당한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이유로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계정을 열어주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제휴’ 금지에 관한 문제도 불거졌다. 시행령은 다른 가상자산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다른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객과 가상자산을 거래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황순호 팀장은 “제휴라는 단어로 인해 포괄적 금지와 규제 불확실성이 있다”며 “FATF 가입국의 가상자산 사업자들끼리 제휴가 문제가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금지 조항이 오히려 사람들이 신고하지 않은 외국 가상자산 거래소를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요섭 실장은 “고객 간 거래가 일어나는 제휴를 금지하는 것”이라며 “다른 제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전요섭 실장은 실명확인입출금 계정 개시를 은행들부터 시행했는데 제도 안착 정도에 따라 다른 업권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금융위, 금감원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메뉴얼을 만들고 있으며 연말까지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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