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성수동 일대 한 은행 대출 창구. (사진=고정훈)
서울 성수동 일대 은행 모습. [사진: 고정훈 기자]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시중은행들이 연말을 맞아 본격적인 감원에 돌입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명예·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만 56세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과 만 40세 이상의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이 대상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노사 협의를 거쳐 다음달 또는 내년 1월 명예퇴직 신청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명예퇴직 희망자에게 월평균 임금 수개월치를 제공하고 전직지원금, 자녀학비 등을 지원한다. 아직 구체적인 조건은 나오지 않았으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건이 좋아 신청자가 늘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빠르게 금융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인력구조 효율화와 희망퇴직 당사자에게 전직 기회를 제공하고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올해 점포 통폐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희망퇴직자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매년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전환 때문이다. 그동안 모든 시중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삼으며 관련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비대면 상품이 증가하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점차 줄어들었고, 점포 폐쇄 속도는 가속화됐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2015년 7281개였던 국내은행 점포수는 올해 상반기 말 6592개까지 줄었다. 6개 시중은행 직원 규모는 2016년 7만4106명에서 2017년 6만9830명, 2018년 6만7581명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지난해 6만7781명을 기록하면서 반짝 상승했지만 비정규직 증가가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올해 시중은행 신규 입사자 수는 지난해 대비 30%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IT 직군 등 전문직 채용의 비중이 높았다. 

이에 금융노조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사실상 명예퇴직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명예퇴직의 주된 대상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만 56세 이상의 직원인데, 임금피크제의 임금삭감률이 높아 퇴사를 권유받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권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난후 임금삭감률이 1년 평균 43%를 넘었다”며 “이는 일반 공기업의 임금삭감률이 10~20%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월등히 높은 수치로, 희망퇴직 조건을 높게 제시해 사실상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비용 절감 측면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을 위해 명예퇴직을 서두른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은행들은 일반 행원에게도 전통적인 은행 업무에 더해 디지털 관련 기술이나 인식을 갖길 원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직원들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감원 목적에는 비용 문제가 가장 크지만, 디지털 전환 목적도 크다. 혁신 서비스가 적용됐을 때 현장에서도 어느 정도는 이에 대응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젊은층이 이를 받아들이기 쉽다고 생각한다”며 “명예퇴직을 통해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가지 효과를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4대 은행 점포수 및 직원수 변화. [자료: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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