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교육 표준안을 10년만에 개정한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초·중·고 금융교육 표준안을 10년만에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교육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아무리 좋은 교재를 내놓아도 활용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선 교사들은 교육 자료가 아닌 교육 시간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초·중·고를 대상으로 교육자료 개선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교사와 강사를 위해 개정 표준안 기반 수업사례를 안내하는 사례집을 개발하고, 현재 금융교육 표준교재로 사용 중인 금융교육 교과서와 지도서 6종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지난 10년간 금융환경과 학교 교육과정 등 금융교육 여건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며 “디지털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개정 우선순위를 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교육 활성화를 적극 추진해 왔다. 일환으로 금감원은 금융교육센터를 운영해 교육과 관련된 전반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전국 초·중·고·대학생과 해당 연령 청소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금융공모전을 개최했다. 

특히 최근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교육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사모펀드 사태 이면에는 금융교육의 부재가 컸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18년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만 18세 이상 79세 이하의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금융이해력을 조사한 결과 금융이해력 점수는 62.2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64.9점)보다 낮은 점수다. 

하지만 실제 금융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일선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금융당국이 아무리 금융교육 과정을 개선하고 관련 교재를 내놓아도 이를 활용할 시간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서울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학교 또는 교사에 따라서 금융교육에 할애하는 시간과 수준 등의 차이가 심하다. 금융교육은 아직까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선생 재량에 따라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성교육, 학교폭력 등 의무교육을 하기 바쁜 나머지 금융교육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1사1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1사1교란 금감원이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금융교육 중 하나로, 초·중·고교 인근에 있는 금융회사 본점·지점의 직원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고등학교 교사 B씨는 “금융회사 직원이 진행하는 금융교육은 어떤 사람이 오는지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교육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막상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을 여럿 봤다”라며 “그게 아니더라도 자사 홍보의 성격이 짙은 교육을 하는 분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교사가 직접 금융교육을 진행하려고 해도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이라 학부모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 결국 교육현장에서 금융교육은 수입에 어느 정도를 저축해라 하는 수준밖에 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고충에 대해 금융당국은 최대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금융위는 중,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2시간 이상의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교육 개선 기본방향’을 의결하기도 했다. 중학생은 자유학년제, 고등학생은 수학능력시험 이후 최소 2시간 이상 민간 기관이 제공하는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결된 기본방향을 토대로 금융교육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많은 논의가 나오고 있다. 논의가 끝나는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이해력 지도. [자료: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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