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M1 프로세서 [사진: 애플]
애플 M1 프로세서 [사진: 애플]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애플이 최근 자체 개발한 M1 프로세서 기반 컴퓨터 맥북에어, 13인치 맥북프로, 맥미니 3종을 공개하자 성능과 에너지 효율에서 모두 인텔 칩을 압도한다는 반응들이 쏟아진다. 예상보다 놀라운 물건이 나왔다는 평가들이 지배적이다.

테크크런치의 매튜 판자리노 기자는 M1 칩을 탑재한 13인치 맥북 프로를 테스트한 결과 인텔 칩을 하루아침에 한물간 물건으로 만들 만큼 인상적인 성능 향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성능 향상에도 배터리가 최소 2~3배 오래 간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줬다. 맥루머스 등 다른 테크 미디어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성능과 배터리 효율은 물과 기름 같은 것이라 둘다 잡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애플은 M1을 통해 물과 기름을 제대로 섞는 역량을 보여준 것 같다.

CPU와 메모리 등이 통합된 칩인 M1은 애플이 스마트폰에서 많이 쓰이는 ARM 디자인을 기반으로 자체 제작한 PC용 프로세서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ARM 기반 자체 칩인 A시리즈를 탑재해 왔지만 맥OS를 쓰는 컴퓨터 제품군의 경우 인텔 칩을 사용해왔다. ARM 기반 칩은 배터리는 덜 잡아먹지만 성능 측면에선 인텔x86 아키텍처 계열 칩들이 낫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애플은 M1칩을 통해 성능과 배터리 효율간 관계를 지배하던 고정관념을 허물었다. ARM 계열 칩으로 성능과 배터리 효율에서 모두 인텔을 앞질렀다.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수가 아직 적은 것 등 각론에서 M1 칩에 대한 이런저런 지적들은 있지만 큰틀에서 보면 호평이 대세다.

애플이 인텔과 결별해 자체 개발한 칩을 맥 컴퓨터에 탑재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많은 이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가 나왔다며 놀라워하는 모습이다. 트위터 같은 SNS들에선 인텔과 비교해 M1이 보여주는 '차이나는 클래스'에 대한 반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애플을 향한 놀라움은 인텔을 향한 질문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애플이 M1 만들 때 인텔은 그동안 뭐하고 있었느냐, M1을 보니 인텔이 업계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는 식의 반응들도 적지 않다. 인텔 입장에선 M1의 등장으로 의문의 1패를 제대로 당하게 생겼다.

트위터에 올라오는 M1과 인텔에 대한 글들.
트위터에 올라오는 M1과 인텔에 대한 글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텔은 여전히 PC용 칩의 대명사고 돈이 부족한 회사도 아니다. 애플과 달리 1년 365일 칩을 만들고, 칩을 팔아 먹고 산다. 그런데도 M1 칩이 나오자 마자 많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한물간 올드가이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됐다. 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걸까?

이와 관련해 지디넷의 IT칼럼니스트 아드리안 킹슬레이 휴즈는 비즈니스 구조 측면에서 인텔은 M1같은 칩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끈다.

지디넷에 쓴 글에서 그는 우선 M1 칩에 대해 파괴적이라는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칩 만드는 거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대 기업의 얼굴에 모래를 뿌린 1세대 제품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겨우 1세대 제품을 내놨을 뿐인데 CPU를 상징하는 인텔의 자존심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인텔은 물론이고 AMD나 심지어 퀄컴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인텔은 큰 회사지만 애플 만큼 크지는 않다. 애플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실탄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M1은 인텔을 제치고 단일 칩을 만드는 목표의 결과물이었다.

인텔과 애플은 비즈니스 모델도 완전히 다르다. 인텔은 우선 PC OEM들을 위한 칩을 만든다. 인텔 칩을 쓰는 PC OEM들은 고수익을 올리는 회사들이 거의 없다. 반면 애플은 마진이 높은 제품을 만든다. 

결국 인텔은 값싼 부품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비용을 낼 만한 여력이 없는 산업을 만족시켜야 하는 위치에 있고, 애플은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차이가 애플은 M1같은 칩을 만들었고, 인텔은 그걸 지켜봐야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PC OEM들도 M1같은 강력한 칩을 좋아할 것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거기에 상응하는 비용을 댈 여력이 있는지, 소비자들도 그럴지는 시장이 걸어온 길을 봤을 때 회의적이다. 그는 "인텔은 작고 점진적인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M1같은 칩을 만들 수 없어서가 아니라 PC OEM들이 거기에 돈을 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휴즈의 말대로 지금까지는 산업 구조가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애플 M1이 예상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선 인텔이나 AMD 같은 x86 계열 칩 업체들은 지금까지 하던대로 계속 하기는 어렵게 됐다. 소비자와 시장을 상대로 '달라졌음'을 보여줄 거리를 내놔야 하는 상황이 됐다. 소비자 입장에선 나쁠게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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