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채널에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를 사칭해 개설된 채널 모습. 사기범들은 홍진채 대표의 사진과 이름은 물론 동영상 등도 도용했다. [사진: 카카오톡 채널]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전문가를 사칭해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한 후 투자 상담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방치할 경우 대형 금융사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경고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짜 투자 전문가를 사칭한 가짜 카카오톡 채널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는 카카오톡에서 검색을 하던 중 깜짝 놀랐다. 자신의 명의를 사칭한 카카오톡 채널이 3개나 개설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3개 모두 제가 아니다.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해서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며 “최근에 이런 일들이 있다고 해서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사칭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홍진채 대표는 금융회사인 라쿤자산운용 현직 대표이고 베스트셀러인 책 ‘주식하는 마음’의 저자로 유명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검색을 통해 뉴스나 유튜브 등에 등장하는 애널리스트, 투자 전문가들의 정보를 수집한 후 해당 인물을 사칭해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하고 있다. 홍 대표는 “저 말고도 주변에 도용을 당한 사람들이 있다”며 “심지어 사칭한 채널에서 오피셜(공식) 채널이라며 가짜에 속지 말라고 하는 경우까지 봤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전문가를 사칭한 금융투자 상담이 사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사칭을 해서 상담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금융사기를 목적으로 전문가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채널에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를 사칭해 개설된 3개의 채널 모습. 3개의 채널은 모두 홍진채 대표를 사칭한 가짜로 알려졌다. [사진: 카카오톡 채널]

 

사기범 활개치는데 카카오는 늦장 대응

사기범들은 카카오톡 채널 운영에 대한 허점과 금융감독체계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 채널 사칭과 관련해 운영방침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 채널에서 기업이나 유명인, 개인 등의 사칭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 채널을 누구나 개설할 수 있지만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 및 인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칭 방지를 위해 비즈니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업의 경우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하고 유명인의 경우 신분증으로 본인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만약 사칭 신고가 접수될 경우에는 신고자의 서류 접수, 피신고자에 대한 소명을 요청하고 소명 여부에 따라 처리한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사기범들은 허점을 노렸다. 홍진채 대표를 비롯한 애널리스트, 전문가들의 경우 정치인, 연예인 같은 대중적 인기이라기보다 금융투자 분야에서 인지도를 쌓은 사람이다. 사기범들은 특정 분야의 유명인에 대한 검증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노리고 개인 명의로 전문가들의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속한 사후 대응이 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문제다.

홍진채 대표는 17일 인식하고 신고를 했지만 기자가 확인한 19일까지도 사칭 채널 3개는 모두 운영되고 있었다. 홍 대표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신고를 접수했다는 연락만 받았다”며 “카카오에 신고를 했더니 정형화된 내용이 왔다.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경우 경찰에 신고를 하라는 것이었다. 신고한 캡쳐 화면 등으로는 제재 조치가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본인이 본인을 사칭한 채널에 대해 신고했음에도 처리에 상당한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기범들이 확인 과정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노리고 계속 사칭 채널을 만들면서 시간끌기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기범들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당국의 감시도 벗어난 상황이다. 금감원 등은 금융회사들과 익히 알려진 금융회사 창구, 케이블방송, 홈페이지 등에 대해 감시하고 있다. 그런데 사기범들은 카카오톡 채널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서 금융사기를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카카오는 금감원이 감독하는 금융회사도 아니기 때문에 감독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조치와 신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방치하다가 사기범에게 속아 수천만원, 수억원의 투자금을 뺏기는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이런 경우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사칭한 범죄 사실이 명확하기 때문에 무조건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칭을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칭한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속히 신고가 돼야 사칭을 한 범죄자들의 사기를 차단할 수 있고, 피해 발생시 실제 본인이 연루됐다고 오해받는 상황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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