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지정감사인으로 선정된 회계법인이 감사 대상 기업에 과도한 감사 보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이 대응에 나섰다.
15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함께 지정감사인의 감사계약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약 체결이 끝나기 전부터 조기 점검을 하겠다는 것이다.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회사에만 시간당 보수를 더 많이 청구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전년보다 보수를 대폭 인상해달라고 요구하는 행위 등이 감시 대상이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2일 상장사 999곳과 비상장사 242곳 등 총 1241개 회사에 2021년도 감사인 지정을 통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 선임해 '주기적 지정' 대상 회사로 선정된 곳이 458곳이고 감리 결과 등에 따라 감사인 직권 지정 대상인 곳이 783곳이다.
감사인 지정대상 회사는 신 외부감사법에 따른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크게 늘었다. 예전에는 직권 지정 사유가 없는 한 기업이 회계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장회사 또는 소유·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가 6년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그 다음 3년은 감사인을 지정받아야 한다.
감사인이 기업의 선택을 받는 환경에서는 유착이나 갑을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만큼 투명한 회계 감사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자는 게 법 취지였다. 다만 반대로 지정감사인이 '갑'이 돼 감사 보수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생겼다.
금융당국이 실시하는 실태 점검에도 불구하고 지정감사인이 보수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경우, 해당 기업은 금감원이나 한공회 신고센터에 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과다한 감사 보수 요구가 맞다고 판단되면 한공회가 심의를 거쳐 지정감사인을 징계하고 감사인 지정은 취소된다. 또한 지정감사인은 향후 지정 가능 회사 수 감소, 감사 품질 감리 실시 등 조치도 받게 된다.
양식을 갖춰 실명으로 신고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설치된 '감사계약 관련 고충 상담센터'를 통해 익명으로 상담받는 방법도 있다.
금융당국은 지정감사인이 특별한 사유 없이 감사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증선위 의결을 통해 1년간 감사인 지정에서 제외하는 등의 추가 조치도 시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원칙적으로 감사인 지정을 통지받은 기업은 2주 이내에 감사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사유에 따라 2주 이상 연장해주는 등 체결 기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