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업계의 ‘골칫덩어리’로 낙인찍힌 ‘SW 유지보수 서비스 요율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기획예산처 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단장 권오봉)에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관련 SW 유지보수 요율을 5% 이내로 발표함에 따라 수많은 SW업체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 시스템과 관련된 SW업체들은 한국IBM, 한국오라클, 한국사이베이스, 시만텍코리아, 티맥스소프트, 케이사인 등 20여 업체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정부공공 분야는 8% 정도의 SW 유지보수 요율이 적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50%나 깎인 셈이다. 더 나아가 한국오라클이 국내 기업들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SW 유지보수 서비스 요율을 22% 정도로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심각한 상태이다. SW 유지보수 요율을 5% 미만으로 정하겠다는 것은 SW사업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으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SW 유지보수 요율 적용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 본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한 공공 부처의 이 같은 태도가 업계를 뒤흔드는 이유는 그만큼 공공 SW 사업이 전체 SW전체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업체들의 전체 SW사업 중 공공사업 건수 비중이 49%, 공공사업 금액 비중은 51%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SW 업체 관계자는 “한정된 IT예산에서 유지보수 서비스 지용을 지불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공공분야나 정책적으로 풀 수 있는 곳에서 평균치 이하의 유지보수 요율을 책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모범을 보여야 하는 공공분야에서 더욱 심하니 어떨 도리가 없다”고 한탄했다.

 갈수록 ‘양극화’ 심해지는 유지보수 서비스

지금까지는 국산 SW와 외산 SW의 유지보수 요율의 극심한 차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단순히 국산이냐 외산이냐를 놓고 기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계 대상 SW이냐, 기간계 대상 SW가 아니냐를 가지고도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내 한 SW업체 사장은 “기간계 대상 SW의 경우는 대부분 업체에서 제시한 유지보수 요율을 그대로 적용받고 있다”며 “물론 그만큼 중요도가 높은 SW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간계 대상 SW가이 아닐 경우에는 완전히 ‘찬밥 신세’ 대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외산 SW업체의 관계자는 “제시하는 유지보수 요율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그럼 빼!’라는 식”이라며 “기간계 대상 SW가 아닌 것에 대한 가치 부여가 너무나 적어 ‘빈익빈 부익부’ 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단순히 고객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이들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한정된 예산에서 중요도에 기반해 배분한 것임에 틀림없다. 근본적으로는 이들의 SW 유지보수 서비스 예산을 높여야 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는 어느 누구의 탓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SW업체들 또한 그동안 ‘구매 후 1년간 하자보수’라는 관행으로 거의 모든 서비스가 무상 지원돼 왔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이런 관행이 많이 일어났다. 최근 KIPA에서 실시간 패키지SW 유지보수 서비스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공공기관의 대부분이 버전업그레이드(64.4%), 장애처리 및 긴급 정비 서비스(83.1%), 방문지원 서비스(72.9%) 등의 서비스를 하자보수라는 명목 하에 무상으로 지원받아 왔다. 참고로 하자 보수는 제품자체의 오류 및 결함 수정만을 의미한다. 이들 공공 기관들이 1년의 하자보수 기간에 유상 유지보수 계약을 맺은 기관은 7%에 불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는 이런 관행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SW 유비보수 서비스에 대한 기준과 정의 부분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며 “HW와 달리 SW는 업데이트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변화에 따른 적응과 교육 등의 서비스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라클 유지보수 정책, “부럽지만 부담스러워”

SW 유지보수 이야기만 나오면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업체가 바로 오라클이다. 외산 업체냐, 국산 업체를 떠나 오라클은 글로벌 유지보수 정책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해 22% 정도의 유지보수 요율을 고수하고 있다. 처음 오라클이 이 정책을 시행할 때 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결국 지금은 오라클이 원하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만큼 이들은 자존심을 세우며 노력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오라클도 고민이 많다. 최근에 인수한 하이페리온의 경우 오라클 유지보수 요율에 맞추다 보니 국내에서 영업 자체에 무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오라클이 풀어야할 또 다른 숙제다.

오라클의 이런 정책에 대해 불만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어느 정도는 입맛에 맞춰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보수 요율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최근 오라클 DB 고객인 국내 L 제조업체의 경우 오라클이 유지보수 서비스 관련해 그동안 너무나 ‘고 자세’를 보임에 따라 IBM의 DB2로 교체했다. 이 외에도 몇몇 기업들이 높은 비용이 부담스러워 교체했지만 오라클은 여전히 확고한 모습이다. 이런 점이 오라클의 전략이기도 하다. 만약 다른 업체들처럼 적당한 수준으로 내렸을 경우 다시 요율을 올리기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SAP의 경우도 국내 S 제조업체에게서 년간 유지보수 비용으로 100억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협력사가 많고 글로벌 회사이기 때문에 규모가 큰 것이기도 하지만 유지보수 요율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 대형 글로벌 업체들의 유지보수 정책에 다른 SW업체들은 기를 펴기가 쉽지 않다. 겉으론 시샘의 눈치를 보낼지 몰라도 내심 자신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음에 고민도 많다.

한 외산 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 제시하는 요율과 맞지 않을 경우에는 ‘예외적인 케이스’라는 명분 하에 다소 줄여서 계약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매번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외산 업체들의 경우 그나마 본사 정책이 이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핑계라도 될 수 있지만 국산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정부, 벤처 지원정책 줄이고 정당한 구매 유도해야

이런 상황에 정부도 그동안 넋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SW 분리 발주를 비롯해 공개SW 유지보수 대가 기준 마련, 대기업 참여 제한 상향 등 여러 정책을 펼치며 SW산업을 육성하는데 노력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는 원가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금껏 다양한 분야의 너무나 많은 SW업체들을 모두 다 살리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러면서 시장도 잃고 업체도 없어지는 등 오히려 하향 평준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국산 SW 업체의 한 사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모르핀처럼 즉효가 나는 방법으로 벤처 지원정책(금융지원)을 많이 해왔지만 그런 돈으로 차라리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데 쓰이게 하는 것이 낫다”며 “오히려 치열하게 경쟁시켜서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업체에게 제대로 대우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제 업체들 스스로 강해져야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는 안일한 자세보다는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길에 앞장서야 한다. 기간계 대상 SW가 아니어도 하루도 빠짐없이 고객이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라면 제값을 주고 사지 않을 수 없다. 고객에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줄 수 있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두고 고객 중심적으로 생각을 전황해야 한다. 단순한 유지보수가 아닌 하나의 서비스 패키지로 만들어 중요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오라클이 그러한 높은 유지보수 요율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고객 서비스 지원에 대한 연구도 그만큼 철저하게 했기 때문이다.

 <박스>

GS인증 기업의 SW유지보수 현황

 지난해 11월 GS인증협회에서는 GS인증을 획득한 334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유지보수 요율 현황을 조사했다. ‘제값 받기’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조사는 SW업체들의 평균 유지보수 요율을 분석해 SW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제고 및 가치를 형성하고 SW 제품의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

GS인증 기업이 주사업자가 돼 직접 수행하는 유지보수 유형인 ‘발주처와 유지보수 직접계약’과 SI사업자 등이 주사업자인 유지보수 사업에 하도급 등의 형태로 참여하는 ‘통합유지보수’ 사업 유형을 구분하고, 각 유형을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원)발주처별로 재구분해 각각의 유지보수 요율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발주처와 유지보수를 직접 계약하는 경우의 평균 유지보수 요율은 공공기관 7.86%, 민간기업 10.20%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도급 등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통합유지보수 사업의 경우 원발주처가 공공기관인 경우 6.79%, 원발주처가 민간기업인 경우 8.25%로 나타나 발주처와 직접 계약하는 경우보다 다소 낮게 조사됐다.

 <표> GS 인증 기업(334곳) 대상 주력 SW의 연간 유지보수 평균 요율

구 분

발주처와 유지보수 직접계약

통합유지보수 사업

해외수출시

요율

공공기관

민간기업

원발주처가

공공기관

원발주처가

민간기업

유지보수 요율 평균

(실공급가 대비)

7.86%

10.20%

6.79%

8.25%

15.00%

<자료 : GS인증협회, 2007년 11월>

< 위 기사는 IT Today 오프라인 매거진 3월호에 게재된 내용임. 일부 표 및 그림은 잡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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