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 조동현 슈퍼어썸 대표,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 이병태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 김상돈 원스토어 경영지원실장이 9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앱결재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왼쪽부터), 조동현 슈퍼어썸 대표,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 이병태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 김상돈 원스토어 경영지원실장이 9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앱결재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구글이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들을 상대로 인앱 구매시 자사 결제 시스템 적용을 의무화하고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려는 것과 관련 국회 차원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구글 인앱결제 정책을 규제하는 세계 첫 법제화여서 주목된다.

미국과 유럽에선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가진 지배력을 악용했다는 정부와 민간기업 차원의 반독점 소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앱결제 의무화는 민간기업들이 구글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있지만 의회 차원에서 입법을 통해 인앱결제 의무화에 대응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만큼 국회가 논의 중인 인앱결제 의무화 방지법이 현실화될지, 된다면 법제화 후 구글은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법이 통과되면 구글과 같은 정책을 이미 시행해온 애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0월 말 국정감사 때만 해도 여야 합의로 관련 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야당측에서 졸속 입법 우려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하면서 논의는 일단 이뤄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같은 스타트업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도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 국회에 따르면 과방위는 18일 법안소위를 열고 개정안과 관련한 위원회 차원의 대안을 만들 예정이다. 여러개 발의돼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의견을 조율하는 절차다. 이를 감안하면 18일 법안 소위가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방지법의 향방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분위기를 보면 여권은 법안 통과에 적극적이고, 야당은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9일 과방위가 개최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공청회'에서도 서둘러야 한다는 쪽과 신중론이 모두 제기됐다.

정박 정종채 법무법인 변호사는 “구글 수수료는 단순히 앱 마켓 시장만 가지고 볼 게 아니라 모바일 OS 체제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과도 뗄 수 없는 문제”라며 “미국에서도 전기통신방송 관련 산업은 규제 영역으로 보고 플랫폼 비즈니스 독점은 정부가 개입하는 걸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선제적으로 사전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모바일 디지털 세상이란 것이 결국 전 세계가 연결된 형태인데 기술적, 경제적인 관점에서 구글이 한국 시장만 별개로 운영하긴 어려운 점도 있다”며 “개정안은 일반 소비자, 개발사에 올 피해를 우려해 나온 것이지만 극단적으로 보면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다시 일반 소비자와 개발사"라고 지적했다.

국회 차원의 법제화 움직임에 대해 구글은 우회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요청하는 입장이다. 또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정책협력실 총괄 전무는 국감과 9일 공청회에 모두 참석해 "모든 생태계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쳐서 법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비즈니스 모델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구글이 현실적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2가지다. 바뀐 법을 따르거나 법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우회로를 찾는 것이다. 우회로에는 이병태 교수가 말한 것처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시나리오도 포함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 미국 등 해외 계정을 써야할 수도 있다.

물론 바뀐 법에 따라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구글 입장에서 쉽지는 않은 일이다. 구글은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인앱 구매시 자사 결제 적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법에 맞춘다는 것은 글로벌 전략 자체를 수정하게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에선 구글 인앱결제 정책이 두들겨 맞고 있지만 해외로 눈을 넓히면 애플이 도마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애플은 구글보다 훨씬 앞서 게임과 디지털 콘텐츠 앱들에 걸쳐 인앱 구매시 자사 결제 시스템 의무화 정책을 적용해왔다. 구글은 게임에만 적용하다 이번에 다른 디지털 콘텐츠 앱들로 확대하는 케이스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선 애플이 구글보다 독한 이미지로 많이 비춰진다. 소송도 수시로 벌어진다. 최근에는 언리얼 게임 엔진과 비디오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로 유명한 에픽게임즈가 인앱결제 정책을 놓고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에픽게임즈는 구글보다 상대적으로 애플에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모바일 앱에서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를 우회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했다가 양사 앱마켓에서 퇴출당했고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에픽게임즈와 애플간 소송은 미국에서 내년 5월 배심원 없이 판사가 주재하는 재판에 들어간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 상황만놓고 보면 에픽게임즈가 애플로 하여금 앱스토어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은 에픽게임즈가 자사 비디오 게임 포트나이트를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삭제한 것과 관련해 제기한 임지 정지 명령에 대해 애플이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 다시 올려줄 필요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에픽게임즈가 앱스토어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애플이 독점적인 파워를 갖고 있으며, 고의로 힘을 확보하고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막 아직까지 에픽게임즈는 이를 확실하게 입증하지는 못한 듯 하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을 상대로 개발자들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들에게 다가가려면 앱스토어만 쓰도록 강요하는 독점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판사 판결을 보면 에픽게임즈에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애플은 에픽게임즈는 자사 소프트웨어를 복수 채널들을 통해 배포할 수 있으며, 앱스토어 수수료는 보안과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쓰인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수료는 다른 앱 마켓플레이스와 비슷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WSJ은 감마 로우의 기술 및 미디어 전문 변호사인 데이비드 호퍼의 발언을 인용해 "판사는 관련 있는(relevant: 논의 중인 주제·생각하는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시장이라는 에픽게임즈의 좁은 정의에 대해 회의적이다. 애플 앱스토어가 관련 있는 시장이 아니라면 애플은 독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사 소송 형태로 진행되는 미국과 의회 차원에서 직접 대응하려는 한국 상황을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법제화는 민사 소송 대비 구글과 애플의 정책에 빠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18일 법안소위 이후 국회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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