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감독원이 공식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금융감독 관련 학술지에 일본의 가상자산 규제 방안을 자세하게 수록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해당 논문은 일본 규제 방안과 기존 금융감독 법규를 활용해 가상자산을 규제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당국이 향후 가상자산 감독을 염두에 두고 일본 규제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발행한 학술지 '금융감독연구' 최신판에 ‘일본 암호자산(가상자산) 법제도와 그 시사점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은 임병화 수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작성한 것이다. 이 논문은 2016년, 2019년 일본에서 진행된 가상자산 관련 법 개정 상황을 분석해 국내 입법 추진 현황과 비교했다.

논문은 일본의 가상자산 규제의 변곡점을 2016년 자금결제법 개정과 2019년 자금결제법 및 금융상품법 개정으로 분석했다.

논문은 2014년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해킹돼 파산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본 금융청은 워킹그룹 등을 설치해 법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했고 2016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2017년 4월부터 시행된 일본 자금결제법 개정안에는 가상자산의 정의, 가상자산 거래소 등록제 도입, 거래소 규제 방안, 감독 방안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논문은 일본 정부가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가상자산 업무를 관리했지만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따라 규제 공백이 다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공개(ICO), 증권형토큰방행(STO) 등이 활성화되고 가상자산 파생상품 등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8년 가상자산 연구회를 설치해 규제 방안을 다시 연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 12월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하고 2019년 5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논문은 밝혔다. 일본 정부는 자금결제법, 금융상품법 등을 개정해 가상자산의 용어 정의를 최신 추세에 맞춰서 다시 정립했다고 한다. 또 가상자산 이용과 관련된 소비자 보호 방안도 강화됐다고 한다.

논문은 일본 정부가 두 법안을 조합해 가상자산을 규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지급결제 토큰과 유틸리티 토큰을 발행하는 ICO나 STO에 대해서는 자금결제법을, 증권형토큰을 발행하는 ICO나 STO에 대해서는 금융상품법을 적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각 가상자산들의 특징에 맞춰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가상자산 관련 규제 현황 [이미지: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연구]

논문은 일본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의 특징도 소개했다. 우선 일본 정부가 금융혁신과 규제의 적절한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일본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 변화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법제도 개편을 추진한 것도 특징으로 꼽았다.

논문은 4년에 걸쳐 두 번의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이 가상자산 시장을 법제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또 일본 정부가 규제 대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법제도를 개편한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한국이 가상자상 감독, 규제와 관련해 두 가지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첫 번쨰는 새로운 단일법을 만들어 가상자산 분야를 관리, 규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존 법령을 개편해서 대응하는 방안이다.

논문은 “가상자산 관련 단일법 제정은 광범위한 암호자산 시장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다양한 시장 참가자와 규제 당국,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규제 공백으로 인한 기업 또는 이용자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법체계 틀에서의 단계적 법제화가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이 주목되는 이유는 금감원이 논문을 심의하고 발행하는 금융감독연구에 담겨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2013년 10월 금융감독 분야의 전문적인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학술지 창간에 나섰다. 그리고 2014년 4월 창간호를 발행했다. 금감원은 당시 이 학술지가 국내 최초, 유일의 금융감독 분야 전문 학술지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후 금감원은 학술지 관리, 운영에 공을 들였고 그 결과 금융감독연구는 2019년 10월 한국연구재단의 등재학술지(경제학 분야)로 선정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국내 학술지의 질적 수준 제고 및 국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학술지 평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등재학술지는 높은 신뢰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금융권은 이처럼 금감원이 공을 들여왔고 공신력이 있는 학술지에 가상자산 규제에 관한 내용이 담긴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감독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같은 연구 내용이 학술지에 수록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금융권은 가상자산 규제, 관리와 관련된 연구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당국이 그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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