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식 kt전무
윤동식 KT 전무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KT가 기업(B2B) IT 시장 공략을 위해 'KT 엔터프라이즈'를 브랜드로 내걸었다. KT는 그동안 기업 솔루션 사업을 진행해 오기는 했지만 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브랜드를 전진배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디지털 플랫폼을 놓고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프트 구글, 네이버 같은 테크 기반 기업과 본격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다.

KT 엔터프라이즈 전략은 KT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그동안 KT가 내부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활용해왔던 소프트웨어 기술을 외부 기업들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플랫폼화해 제공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KT에서 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총괄하는 윤동식 클라우드·DX 사업단장(전무)은 "디지털 전환 관련 IT판이 엄청 커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KT가 직접 추진한 디지털 전환 경험을 플랫폼 사업에 반영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전환 관련 공통 영역을 플랫폼화한 뒤 파트너들 애플리케이션들을 올려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영토 확장

KT판 디지털 전환 전략의 시작은 클라우드다. KT는 그동안 퍼블릭 서비스 중심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하다 최근 프라이빗(구축형)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같은 행보는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퍼블릭으로 출발한 클라우드 회사들이 보안과 데이터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을 위해 기업 내부에서만 쓰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솔루션도 강화하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KT 프라이빗 클라우드 사업은 일단 공공시장 공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공공기관 IT인프라 클라우드 전환 사업이 핵심 타깃이다. 윤 전무는 "공공기관들이 클라우드로 전환할 때 퍼블릭과 프라이빗을 선택하는 비중이 비슷한 상황"이라며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확장해 공공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빅데이터, AI, IoT 및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디지털 전환 플랫폼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KT 디지털 전환 플랫폼은 지난 5년간 KT가 직접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직접 경험했던 것들을 사업화한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얻는 노하우를 플랫폼에 담아 제공한다는 것이다. 윤 전무는 "통신 데이터를 분석해온 역량을 기반으로 빅데티어 플랫폼을 구축했고 AI 기가지니를 운영하다 보니 기업들이 AI를 쉽게 쓸 수 있는 플랫폼도 개발하게 됐다. 또 공장 자동화를 위해 센서 데이터를 모아온 역량을 갖고 IoT 플랫폼도 제공한다"면서 "이들 플랫폼을 클라우드 위에 올리는 것이 디지털 전환 솔루션 전략의 골자다. 외부 기업들이 쓸 수 있도록 멀티 테넌시 역량을 추가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KT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자사 위치를 AWS에 많이 뒤쳐져 있는 2위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아직 클라우드 보급률이 높지 않은 만큼, 언제든 격차는 좁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추격전에 속도를 내기 위한 차별화 카드로 윤 전무는 국내 기업들이 쓰기 편한 서비스를 슬로건으로 던졌다. 

그는 "나름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KT도 문제 없이 적용했다면 다수 국내 기업들이 쓰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외국 업체들과는 다른 고유한 요구사항들이 있다. 빅데이터를 예로 들면 국내 기업들은 대시보드 등 미리 준비된 서비스들을 좋아한다. AWS에서 대시보드는 유료지만 KT는 기본 옵션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KT는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들이 많다. 이들 업무를 모두 클라우드에서 돌려봤다. 직접 경험한 것들이 비슷한 국내 기업들을 이해하는데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가격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윤 전무는 "글로벌 경쟁사보다는 클라우드 가격을 저렴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AWS 대비 70% 수준 가격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5G와 클라우드 융합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

최근 들어 5G 인프라 기반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과 퍼블릭 클라우드가 연결되면서 이를 활용한 실시간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MEC를 보유한 통신사와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간 협력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KT의 경우 MEC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모두 보유한 이례적인 케이스다. KT는 이 같은 포지셔닝은 엣지 컴퓨팅 분야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우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윤 전무는 "MEC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모두 오픈스택 기반으로 구현됐다. MEC 기반 서비스도 퍼블릭 클라우드를 필요로 하는 만큼, 같은 기술 스택으로 개발됐다는 것은 서비스 안정성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오픈스택 운영 측면에선 KT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KT는 클라우드 생태계 확대 일환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과의 협력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국내 업체 소프트웨어를 KT 브랜드로 판매하는 전략도 확대한다. 최근 출시한 올인원 협업 서비스인 KT웍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KT웍스는 지난 9월 국내 협업 솔루션 업체 마드라스체크, 화상회의 솔루션 개발 업체 새하컴즈와 맺은 협력의 결과물로 양사 솔루션에 KT 클라우드 및 AI 기술이 결합돼 있다.

KT는 앞으로 이같은 협력 모델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8월 출시한 문서중앙화 제품인 KT 세이프닥(SafeDoc), KT웍스 외에 화상회의 제품인 KT 밋(Meet)을 11월 출시하고 연내 클라우드 PC 제품인 서비스형 데스크톱(DaaS)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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