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빅테크·핀테크가 보폭을 넓히면서 금융회사 고유 업무가 위협받는 가운데 은행·카드회사들이 취할 수 있는 노선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지난주 금융권에선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행보가 두드러졌다. 전자금융업자들이 독식해 온 간편결제 시장에 진입하거나 대면의 강점을 앞세운 새 영업 방식을 내놓았다. 

대형 금융회사들이 간편결제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지난 15일 KB금융그룹은 자회사 KB국민카드를 중심으로 종합 금융 플랫폼인 'KB페이'를 내놨다. 송금·환전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와 멤버십 기능을 추가한 점 등이 기존 앱카드와 다른 점이다.

KB페이의 등장은 전통 금융회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금융 플랫폼이란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간 간편결제 시장은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플랫폼), 스마일페이·SSG페이·쿠페이(유통), 삼성페이·LG페이(제조) 등 모 회사의 원천 서비스가 비금융인 분야에서 장악해 왔기 때문이다.

또 신한카드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신한 페이판이 오는 29일 디지털 지갑인 '마이 월렛'을 출시한다. 결제와 이체, 송금 등을 신한페이판 앱 안에 합친 것이다. 전통 금융권이 간편결제 시장 지형도를 바꿔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간편결제 시장 지형도 바뀌나...금융 대기업 진출 본격화

⦁ 결제·송금·신분증을 한곳에서...신한카드 '마이 월렛' 출시

디지털 금융 확산 속에 금융사들에게 IT전문가 영입들은 경쟁력 강화에 핵심적인 요소로 떠올랐다. 지난 22일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내놓은 '2019년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 19개와 금융투자업자 83개, 보험사 41개, 카드사 8개 등 금융기관 151곳 정보기술(IT)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총 9880명이다. 전년(9441명)보다 4.6% 증가한 수치다. 반면 금융회사 전체 직원 수는 증가율이 0.8%(22만8767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기술이 확산되면서 업계가 'IT 인재 모시기'에 집중한 것에 따른 결과다.

⦁ 지난해 금융기관 IT인력 1만명 육박...정보보호 예산 13% 증가 

이런 가운데 금융권의 IT 역량 강화 행보는 신규 직원 채용을 넘어 기존 직원들을 상대로 한 재교육으로 확대되고 있다. IT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것과 별개로 기존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다.

우리금융은 KT와 협력해 우리카드와 우리은행 등 계열사 직원 40여명을 대상으로 오는 11월까지 빅데이터·인공지능 공동연수를 2회 진행하기로 했다. 선발된 직원들은 이론을 학습한 뒤 KT의 빅데이터 활용 사례를 실습하게 된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나라장터에 '직원 대상 디지털분야 사이버연수' 사업 수행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신청한 직원 700여명(수요예측 수치)은 내년 한 해 동안 사이버연수원을 통해 프로그래밍 언어·프레임워크·알고리즘·데이터 사이언스·데이터베이스(DB) 등 디지털 분야를 학습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찾아가는 금융서비스 '태블릿 브랜치' 고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시중은행들이 찾아가는 금융서비스 '태블릿 브랜치' 고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 은행권, 디지털 역량 키워라..기존 직원 재교육도 투자 확대

일부 은행들은 '대면 강점'을 앞세워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온라인에 초점을 맞춰진 핀테크 업체들이 따라하기는 쉽지 않은 전술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태블릿 브랜치 애플리케이션 '위니미니'를 출시했다. 고객을 직접 방문해 태블릿으로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상담을 해주는 게 주된 특징이다. 신한은행도 태블릿 브랜치 영업 구조를 개편해 올해 말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직원 개인이 지점 1곳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방문 영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 금융권, 찾아가는 서비스 전진배치..."빅테크와 차별화"

은행권이 태블릿 브랜치 고도화에 나선 것은 새 영업 방식에 대한 수요 증가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또 줄어드는 지점에 대한 대안으로도 꼽힌다. 지난 2016년 7100개였던 국내 은행 지점이 올해 6월 말 6591개로 줄어들면서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향후 은행들은 태블릿 브랜치의 취지를 살려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을 겨냥한 영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주에는 무슨 일이?

그런가 하면 학계·연구계에서도 금융권의 디지털화를 지원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은행의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과 발전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팀장과 조재박 KPMG 디지털본부장 등은 전통금융의 고질적인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빅테크 대표로 참석한 김지식 네이버파이낸셜 법무정책실장은 네이버와 금융회사 간의 경쟁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일부 목소리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 것을 제외하면 실상은 빅테크가 규제 완화 혜택을 받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 네이버 "빅테크 진출로 금융시장 경쟁 활성화될 것"

세미나뿐만 아니다. 금융 연구소들 사이에선 연구 분야 자체를 디지털에 집중시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서 IT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단 분석이다.

KB경영연구소는 10월 초 '전통기업들의 디지털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서 연구소는 뉴욕타임스와 마스터카드, 빙그레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디지털로 혁신을 추구하는 추세를 소개했다. 금융회사인 마스터카드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금융이 아닌 기업 경영과 디지털 혁신에 맞춰 보고서가 작성됐다.

그동안 KB경영연구소는 금융과 부동산 분석에 뛰어난 연구기관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IT 이슈 발굴에 적극적이다. 일부 보고서는 작성한 곳의 이름을 가리면 IT연구소에서 작성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밖에도 KDB미래전략연구소·하나금융경영연구소·IBK경제연구소 등도 IT 기술과 트렌드에 집중한 보고서의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

⦁ 금융연구소의 변신은 무죄...핀테크는 기본, AI·5G·게임 IT 이슈 집중

빅테크와 금융회사간 갈등을 줄이고자 출범한 '디지털금융협의회'도 열리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 21일 제3차 회의에서 핀테크 회사도 금융권처럼 오픈뱅킹 망 운용비용과 수수료를 내도록 결정했다. 

⦁ "핀테크 기업도 오픈뱅킹 정보 제공하고 비용 지불해야"

(이미지=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이미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이번 주에는 어떤 일이?

27일 법정기념일인 제5회 '금융의 날'을 맞아 오전 11시께 기념식이 열린다. 행사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다.

이번주 중 핀테크 업권 협회인 '핀테크산업협회'가 강남에서 여의도로 소재를 옮긴다. 26일 협회가 서울시와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데 따른 이동이다. 협회는 서울 영등포구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해 서울시의 지원을 받게 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