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국회의 정기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국감을 통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해명에도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의혹은 더 커졌고 종합국감에서는 두 기관의 갈등이 오히려 불거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정감사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감사 과정에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대한 의혹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12일, 13일 진행된 금융위,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의원(국민의힘) 의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자들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녹취록이 연이어 공개했다.
12일 공개된 내용에서는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금융위 자산운용과장(강 의원 주장)이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변경과 관련된 서류 접수에 관한 내용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에 강 의원은 “금융위 관계자가 옵티머스 관계자들에게 친절하게 편의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자산운용과장 목소리와 다르다. 자산운용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확인해보겠다”고 해명했다.
13일 공개된 녹취록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내이사였던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금감원에서 자신을 VIP 대접해준다고 설명하는 내용이 공개됐다. 이밖에도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자가 금감원 관계자들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두현 의원(국민의힘)은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재를 하고도 문제를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12월 7일 금융당국이 옵티머스에 대해 기관경고를 하고 과태료 1000만원를 부과했다. 제재 내용은 업무상 횡령, 무인가 투자 중계 ,업무보고서 허위제출이었다”며 “이 정도 사안이면 수사의뢰를 했어야 했는데 수사 참고하라고 보낸 것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의원(국민의힘)도 라임 사태 이후 금감원이 옵티머스 펀드 관련 민원 7건과 사모펀드 운용사 52곳을 조사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부실 징후 운용사로 분류해 놓았던 점을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렇게 우호적인 금감원은 처음 봤다”며 “민원 말고도 2018년과 2019년에 세 차례나 기관경고, 과태료, 해임요구, 허위공시 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 혐의 등으로 조사하고 징계도 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을 비판했다.
권은희 의원(국민의당)은 라임 펀드와 관련해 “라임자산운용이 공모자산운용사로 전환할 때 금융당국의 요건 완화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라임자산운용이 2018년 공모운영사 전환을 지원했다”며 “그런데 2018년 8월 1일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에 공모운영사 요건 완화를 건의했고 금융위가 요건 완화를 결정했다. 8월 21일 요건 변경을 공시했는데 바로 이튿날 라임이 변경 인가 신청을 하게 된다. 라임자산운용이 어떻게 준비한 것처럼 다음날 신고를 하느냐. 요건 완화가 라임 맞춤형 완화가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변명을 하기에 급급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의혹 제기에 “확인해 보겠다”는 말을 거듭했고 “금융위 300명 인력으로 1만개 펀드를 다 조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변명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현재 라임, 옵티머스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 단계”며 “확인된 불법에 대해서는 엄정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10월 20일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등록 취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 제재에 대해 뒷북 제재, 면피성 제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사태가 벌어지고 주요 인사들이 구속된 상황에서 이제야 제재를 했다는 것이다.
이번 국감에서 제기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금융당국 관계자 연루설, 로비설과 금융감독 과정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하나도 명쾌하게 확인된 것이 없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추가 조사(공수처 또는 특검 조사)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vs 윤석헌 금감원장 갈등 드러내
23일 금융위, 금감원 종합국감에서는 은성수 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이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갈등만 표출했다.
금융감독체계와 금감원 예산 문제와 관련해 윤석헌 원장은 “해외의 여러 가지 금융감독 독립성에 관한 문헌들을 보면 제일 먼저 꼽는 것이 예산의 독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감원은 금융위가 가지고 있는 금융정책 권한 아래 금융감독의 집행을 담당하는 상황이라 예산 문제도 그렇고, 조직 인원 문제도 그렇고 다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 예산에 대해 금융위로부터 독립해야 하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까지 주장한 것이다.
반면 은성수 위원장은 “금감원 예산은 누군가는 승인 등 감시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금융위가 아니더라도 기재부나 국회 등 누군가가 하게 될 것이다. 독립성 하고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은 위원장과 윤 원장은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 문제와 관련해 윤석헌 원장은 “셀프 연임에 대한 좀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은성수 위원장은 “금융위가 금융지주 회장들의 문제점을 방치하거나 그렇지는 않고, 금융지주법도 제출해서 의원님들이 심의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며 “다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금융위가 개입해 폐해를 일으킨 부분도 있어 가급적이면 주주들이나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부분이 좋다고 본다. 결국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윤석헌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문제에 적극적인 개입을, 은성수 위원장은 개입은 폐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원인과 해법에 관해서도 은성수 위원장은 관리 감독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고, 윤석헌 원장은 규제 완화가 문제라며 규제 강화방안을 강조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9년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감독위원회로 출범했다가 2008년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분리됐다. 이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갈등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두 기관의 수장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자리에서 엇박자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윤석헌 원장의 목표와 성향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원장은 금감원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도 받고 있다. 윤 원장은 금감원장 취임 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초 윤석헌 원장 교체설이 나왔을 당시 금융위와 갈등설도 불거졌었다. 이후 윤 원장이 재신임을 받으면서 원장 교체설과 갈등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수면 위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윤 원장이 올해 자신과 금감원을 흔들었던 것에 대해 반격하는 동시에 내년 5월 임기 전에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국감에서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윤석헌 원장의 의견에 동의해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에 관한 법률을 낼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금융위, 금감원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별개로 은성수 위원장, 윤석헌 원장의 책임론도 국정감사를 통해 부상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 수사 결과에 따라 두 기관장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빅테크 규제 등 이슈 주목 못 받아
이번 국감에서 라임∙옵티머스 펀드가 큰 이슈로 부상하면서 다른 사안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주식시장 공매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의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질의했다.
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여당이 집권 20년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건배를 한 것과 관련해 해임 건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에 관한 문제도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국감에서 제기됐다. 이런 이슈들이 더 크게 부각되지는 못했다.
금융 분야 국감이 무난하게 진행되면서 눈에 띄는 의원의 활약도 없었다. 강민국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 그쳤다. 녹취록이나 자료에서 결정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권은희 의원은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해임 건의를 요구하고 라임 사태 책임을 제기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권 출신인 윤창현 의원,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튀는 주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논리적이고 차분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박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삼성증권 관계자를 불러 질의하고 금융당국에 삼성증권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삼성 저격수를 자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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