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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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브로드밴드가 방송채널사용사업(PP) 자회사 설립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모든 IPTV와 위성방송이 계열 PP를 보유하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료 TV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IPTV 및 위성방송 플랫폼이 채널 배정 등 자사 PP에 유리한 정책을 확대할 경우 중소 PP들의 입지는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종합유선방송(SO)사들이 PP들을 상대로 한 갑질과 자사 PP를 밀어주는 사례도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대형 IPTV 플랫폼들이 수직 계열화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당국이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신설 PP 자회사에서 근무할 경력 사원 채용 절차를 시작하는 등 PP 자회사 설립 준비를 본격화했다. 유료방송업계 고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2~3개 PP 설립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모든 IPTV들은 자회사 PP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PP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회사명, 설립 시기, 채널 수, 콘텐츠 내용 등 구체적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PP 신설의 경우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다. SK브로드밴드가 이사회 승인을 받은 뒤 과기정통부에 PP 등록 신청을 하게 되면 승인해줄 수밖에 없다. 

SK브로드밴드에 앞서 KT는 계열사인 KTH와 KT스카이라이프 자회사 스카이TV를 통해 PP 사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최종 인수할 경우 현대미디어 산하 5개 채널도 확보하게 된다.

최근 LG유플러스도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PP 사업을 시작했다. ‘더라이프’ 채널을 론칭해 LG유플러스 U+tv 고객과 LG헬로비전 헬로tv 고객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투자 여력을 갖춘 대기업인 IPTV 플랫폼들이 자회사를 통해 PP를 직접 운영할 경우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직 계열화에 따른 콘텐츠 시장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플랫폼에 입점하는 PP 수가 300여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IPTV 자회사 PP들이 100번 안에 배치될 경우 밀려나는 PP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지기 마련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과거 수직 계열화로 인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요즘 플랫폼 업체들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 PP 채널 정책을 운영한다”고 전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PP를 대상으로 한 SO, 위성사업자 등 유료방송 플랫폼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그동안 플랫폼 사업자는 거래관계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PP에 부당한 거래조건을 제시하거나 시장의 공정 거래질서 문란 및 경쟁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종종 받아왔다. (관련기사/ [단독] SO-위성방송 '갑질' 뿌리 뽑는다...PP 대상 불공정행위 조사)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SO, 위성)들의 경우 PP 및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거래관계 중간에 위치한 광고협찬주, 광고판매대행사, 납품업체와 결탁해 무자료 거래를 통한 불법 및 부당한 자금을 형성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이를 통해 형성된 자금은 다시 PP 및 CP 담당자가 SO, 위성 등 유료방송사 담당자에게 행사비 명목 등으로 지급한다. 

현재 정책은 전체 PP들에 대한 수신료 규모만 규제하고 있다. 때문에 거대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P)들이 수직 계열화된 자사 계열PP에 대한 수신료 지불을 늘리거나, MSP들 상호 간에 교차적으로 상대 MSP에 대한 수신료 지급액을 늘려주는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해왔다.

한 PP 업체 관계자는 “IPTV들의 경우 과거 SO와는 다른 행태로 운영할 것으로 생각한다. SO가 중견업체라면 IPTV들은 대기업인 만큼, 예전과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에 자회사 PP에 대한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이 콘텐츠 수급 및 배급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콘텐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종합편성채널 등과 경쟁 활성화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IPTV 사가 PP 자회사를 모두 갖게 됐는데, 자사 PP와 일반 PP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며 “수직 계열화에 대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정부는 앞으로 이를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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