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 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단장 권오봉)이 구축한 ‘디지털예산 회계시스템’의 유지보수 요율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고 있다. 이 시스템의 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 요율이 공공기관 평균 8%보다 낮은 5% 이내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부 관련 SW업체들은 “SW 유지보수 요율 5% 이내 적용은 죽으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예산처의 유지보수 아웃소싱을 책임지고 있는 예지정보기술이 최근 디지털예산 회계시스템에 SW를 공급한 업체들에게 유지보수 요율을 5% 이내로 크게 낮춰 적용할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유지보수 요율 22%에 비해 5분의 1도 안 되는 것이며 공공 평균 요율 8%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이 시스템과 관련된 일부 업체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티맥스소프트, 케이사인등 국내 업체와 한국IBM, 한국오라클, 한국사이베스, 시만텍코리아, 마이크로스트레티지코리아, 잘레시아 등의 20여개 외산업체들이 디지털예산 회계시스템에 SW를 공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지보수 요율 5%는 턱도 없는 소리”라면서 “정부가 소프트웨어를 살리자고 하면서도 한쪽에서는 이처럼 유지보수 요율을 턱도 없이 낮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측은 주 사업자인 삼성SDS로 공을 넘겼다. 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 권기정 사무관은 “주사업자인 삼성SDS와 계약을 했을 뿐 이에 대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수급자와 하도급자 간의 문제인 것 같은데 우리가 개입할 것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단 주장대로라면 주 사업자인 삼성SDS와 삼성SDS로부터 유지보수 하청을 맡은 예지정보기술 둘 중 한 곳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SDS나 예지정보기술이 함부로 유지보수요율을 정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 아니냐”면서 “투명하게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합 발주로 인한 공공 패키지 SW의 대표적인 유지보수 혼란 사례로 꼽는다. 그동안 통합 유지보수나 SI를 통한 패키지 제품 구매의 경우 패키지 SW 유지보수 서비스의 범위 및 내용은 SI 유지보수 계약에 묻혀 발주자와 SW업체간의 괴리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즉, 발주자는 ‘나 몰라’라는 입장을 내놓고, SW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손해를 보면서도 유지보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재연됐었다.
한 SW 업체 사장은 “소프트웨어 분리 발주 등이 이뤄질 때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분리발주에 대한 확실한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은 참여정부가 재정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2006년 시범운영을 거쳐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