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017년 8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국민청원 사이트 모습 [이미지: 청와대]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도입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금융 민원으로 가득차고 있다. 정부의 금융 정책에 관한 내용 뿐 아니라 은행 대출, 보험 논쟁, 금융사기까지 다양한 민원들이 국민청원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민원 창구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국민청원에 민원이 쏠리면서 금융 민원체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내용 중 ‘금융’이 포함된 제안이 최근 1만건(2020년 9월 29일 기준 1만433건)을 돌파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인 2017년 8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마련했다. 국민들이 정부에 바라는 점 또는 억울한 내용을 직접 올리면 그중 한달 안에 20만명이 동의한 국민청원에 대해 정부가 직접 답변을 하는 제도다. 국민청원은 20만명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일부 사안은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사안이 심각한 경우 정부가 조사, 수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관련 정부 부처에서 내용을 확인해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는 금융 관련 내용은 정책에 관한 것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9월 28일 한 청원인은 영세법인사업자도 코로나19 2차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글을 올렸다. 정부와 금융권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에게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청원인은 자신이 법인사업자이지만 규모가 영세하고 어려움이 소상공인, 개인사업자와 같은데 코로나19 2차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9월 24일 또 다른 청원인은 은행 금융자동화기기(ATM) 사용자를 위한 손소독제를 비치해달라고 건의했다. ATM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만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가 부각되면서 8월 19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의 다주택보유여부를 공개해달라는 청원도 게재됐다.

공매도와 관련된 내용도 단골 주제로 국민청원에 올라오고 있다. 금융위원회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어 8월 공매도 금지를 6개월 연장한 상태다. 그러나 일부 청원인들은 공매도를 완전히 금지하거나 변종 공매도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을 올리고 있다. 8월 13일 국민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예외 규정이 있어서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는 허용된다는 점을 문제로 제시했다.

금융권 사건, 사고와 관련된 내용도 국민청원에 올라오고 있다. 8월 27일 한 청원인은 옵티머스 펀드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이 특별 지시로 조사를 진행해달라고 주장했다. 앞서 4월 27일에는 라임 펀드 사건이 ‘사기극’이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청원도 있었다.

금융사기 피해자들도 국민청원에 하소연하고 있다. 9월 21일에는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글을 올렸다. 피해자는 중고거래사기를 당한 후 신고를 해서 사기에 이용된 은행 계좌 정지 조치를 하던 중 해당 계좌와 관련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기 피해 관련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 해당계좌가 신고 됐다는 사실을 이체를 하려는 이용자에게 알려주자고 건의했다.

9월 18일에는 어머니가 문자 피싱 사기를 당했다며 아들이 하소연하는 내용을 국민청원에 올렸다. 피해자는 자녀로 위장한 해커에게 속아서 문자메시지에 첨부된 링크를 눌렀고 그로 인해 휴대폰이 해킹을 당해 금전적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9월 14일에도 20대 중반의 청년이 그동안 모은 전 재산 1억5000만원을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올해 2월에는 한 청원인이 자신이 아들이 보이스피싱을 당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조사를 요청했다. 해당 내용이 큰 문제가 되면서 정부가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이나 금융회사에 민원 창구가 없는 것일까? 금융위, 금감원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금융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또 개별 금융회사들도 금융 민원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국민청원에서 금융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 금융 민원 창구가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민원 제기 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낮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들이 금융사기를 당했을 때 어디에 민원을 제기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설령 금융당국, 금융회사 등에 민원을 제기해도 해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낮다”며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보다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민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청원의 금융 청원 중 상당수가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내용을 들어달라는 것”이라며 “민원이 들어왔을 때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법규로 판단하고 안내하는 체계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민원인의 억울함과 하소연을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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