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뱅크월렛 홈페이지]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시중은행들이 사용자가 적은 IT 서비스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미 10월로 다수의 IT 서비스가 종료 예고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비효율적 서비스를 정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종료되는 IT 서비스가 잇따를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은 은행권이 공동으로 제공했던 뱅크월렛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금융결제원과 은행들은 2020년 9월 30일 00시부터 뱅크머니 충전 및 발급 서비스를 중단하고 2020년 10월 30일 00시부터는 전체 서비스를 종료한다. 일부 은행들은 서비스 해지와 대체 서비스 등을 안내하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금융결제원과 스마트폰 지갑 서비스 뱅크월렛을 선보였다. 뱅크월렛은 간편송금과 결제 기능 등을 제공한다. 출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각종 월렛, 페이, 간편송금 서비스가 나오면서 경쟁에서 밀리더니 급기야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이다.

최근 종료가 공지된 은행권 서비스는 뱅크월렛뿐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유비터치(UbiTouch) 서비스를 2020년 10월 30일부터 종료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유비터치는 휴대폰 유심(USIM) 칩에 은행 계좌정보 등을 넣어 금융자동화기기(ATM)에서 입출금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 역시 과거에 기대를 모았지만 다양한 대체 서비스가 나오면서 사용이 저조한 상황이다.

또 신한은행은 가맹점 매출관리 서비스를 10월 29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신한은행은 한국정보통신, 케이에스넷, 나이스정보통신, TA네트웍스, 한국사이버결제 등 5개 부가통신사업자(VAN)과 제휴를 통해 가맹점 매출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 서비스는 신용카드 매출 승인 정보와 가맹점 결제계좌 실 입금 정보를 비교, 대조해 가명점주에게 카드대금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이용량이 저조해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 서비스를 10월 26일부로 종료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2016년 1월 은행권 최초로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을 선보인 바 있다. 모바일 뱅킹과 메신저 기능을 융합해보려는 시도였다. 위비톡 메신저로 점차 간편한 금융거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메신저와 모바일 뱅킹의 시너지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고 카카오톡,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 메신저와 경쟁도 쉽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은 기업인터넷뱅킹 전용 보안토큰(HSM) 신규발급과 재발급을 10월 12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HSM은 공인인증서 등 금융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보안 제품이다. IBK기업은행은 은행과 거래하는 HSM 제조업체의 사후서비스(AS) 서비스가 종료돼 신규발급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IBK기업은행와 기존 HSM 업체와 계약이 종료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생체인증을 비롯해 다양한 인증 수단과 보안기술이 나오는 점을 고려해 기존 HSM을 종료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IBK기업은행은 10월 12일 인터넷뱅킹을 통해 제공하던 아파트관리비 조회 및 납부서비스도 종료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각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이용 저조와 과거 기술이라는 점을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IT와 핀테크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로 출시한 것이 수개월만에 구형 기술, 서비스가 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가속화,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이 서비스 정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용자가 적고 이득이 되지 않는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별해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비스 종료에는 각각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큰 틀에서 보면 이용이 저조하고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있다. 이런 정리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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