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최근 신용대출이 1조원 이상 불어나면서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이 대출 속도를 제한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의 부담을 키울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이중고가 될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신용대출은 지난달 4조7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달에는 열흘 남짓한 기간동안 1조원이 넘는 신용대출이 발생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에도 신용대출 증가폭은 4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 증가폭이 심상치 않자 최근 금융감독원은 5대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신용대출 속도를 제한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 고신용등급을 중심으로 고액 신용대출이 늘어나고 있어, 사실상 이 부분의 대출 관리 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직접 점검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선 은행들은 고신용자들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액 한도대출로 받은 마이너스통장이 관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크다면 신용대출에 제한을 두는 방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모 확대가 은행 입장에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반기 리스크관리를 위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등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다만 신용대출이 다른 대출에 비해 관리가 어렵고, 게다가 대상이 고신용자인만큼 우선 가장 손대기 쉬운 마이너스 통장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은행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등이 사실상 막혀있는 상황에서 신용대출까지 제한할 경우 은행의 수익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이미 올해 상반기 주요 금융지주사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30억원(14.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장 다가올 3분기도 코로나19 악영향 때문에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주요 수익원이었던 대출이 규제되는 셈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이번 방침은 기존과는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자, 시중은행들에게 대출 심사를 보다 완화할 것으로 주문해왔다. 아직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 속도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국 금융당국이 DSR을 들여다보는 만큼 결국 서민금융 지원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금융당국이 과도한 개입을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 은행들이 대출심사 모형에 기반을 두고 대출 여부를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부실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어느정도 감안하고 대출을 진행하는데, 이를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이런 소식을 전해지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포털 사이트에는 이를 비판하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네티즌은 “내 신용으로 대출받아 어떻게 활용하든 왜 정부가 그런 것까지 참견하냐”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당 절차를 진행해왔는데, 갑자기 다른 방향이 나와 조금 혼란스럽다. 결국 신용대출을 줄이자는 취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며 "다만 은행들이 본격적인 신용대출 관리에 돌입하면 당장 돈이 필요한 소상공인들까지 영향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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