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를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간 레이스가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들이 격전지로 부상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저 클라우드 플랫폼을 앞세워 AWS가 강세를 보여온 스타트업들을  공격적으로 파고들면서 양사 경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이메일 보안 스타트업인 애브노멀(Abnormal)를 애저 클라우드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애브노멀은 그동안 AWS 기반으로 이메일 보안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을 들인 끝에 이 회사가 애저로 전환하도록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단순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영업을 열심히 뛰어서 얻어낸 결과는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업적으로 애브노멀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쓰면 얻을게 많다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자사가 보유한 대형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에게 애브노멀을 판매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점을 강조했고, 결국 윈백에 성공했다.

마이크로로소프트가 이 같은 협력 방식으로 클라우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AWS의 경우 클라우드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일찌감치 파트너십 모델을 활용해왔다. 3년전 AWS는 스타트업들과 자사 대형 고객들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인 AWS 커넥션을 선보였다. 2019년 이후 AWS는 스타트업들과 잠재 고객들 간에 2000여번의 미팅을 주선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 1월에도 AWS는 클라우드 비용 관리 지원 서비스 업체인 앱티오와 제휴를 맺었는데, 앱티오는 AWS 사용을 늘리고 AWS는 앱티오 서비스를 자사 클라우드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골자였다.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파트너십 모델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기반을 확대하는데 의미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들도 두 거대 회사가 제공하는 광범위한 판매망을 활용해 독립적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는 다양한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애브노멀이 AWS에서 애저로 배를 갈아타기로 한 것도 비즈니스 기회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설립 이후 2년여간 애브노멀은 AWS를 사용해왔다. 연간 수백만 달러를 AWS에 지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AWS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은 복잡할 뿐더러 별도 비용도 많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도 애저를 선택한 것과 관련해 에반 레이서 애브노멀 CEO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연결된 많은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에게 보안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매력적이다. 클라우드 플랫폼을 바꾸는데 따른 단점에 앞선다"고 말했다. 잃는 것 보다는 얻는게 많은 거래라는 얘기였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AWS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원투펀치다. AWS는 45%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8%로 2위에 랭크됐다.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에서 AWS가 차지한 비중은 12.5% 수준에 달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기업들 사이에서 원격 근무가 확산되면서 클라우드 사용은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올해들어 30% 이상 증가했고 아마존의 경우 70% 이상 뛰었다.

AWS는 클라우드 모델을 대중화시킨 주역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추격전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클라우드판은 AWS 원맨쇼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를 포함하는 다자간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망 스타트업들을 집중 공략하는 것도 AWS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일환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월 스타트업들을 상대로 애저 클라우드를 확산하기 위해 제프 마를 영입했다. 이후 그는 그레이록 파트너스, 벤치마크,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의 벤처투자 회사들에게 접근했다. 이들 회사가 보유한 스타트업 포트폴리오들을 파고들기 위해서였다. 그레이록 파트너스 총괄 파트너로 애브노멀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는 삼 모타메디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타트업들을 상대로 애저 클라우드를 공격적으로 프로모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기에 많은 리소스를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유망 스타트업들은 시작은 작을지 몰라도 향후에는 매력적인 매출 기반이 될 수 있다. 해볼만한 투자다. 하지만 스타트업들 입장에선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쓰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의 경우 특히 그렇다. 스스로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들과 경쟁하는 제품을 내놓게 되면  하루아침에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 AWS라고 해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AWS도 스타트업들과 경쟁하는 제품을 자체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만 놓고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더욱 위협적일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AWS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지 않다. 이같은 구조가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을 쉽게 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마존과의 경쟁을 우려해 AWS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유통 회사들이 나오는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저에서 자체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시나리오를 경계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회사들이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을 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는 적극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을 총괄하는 잭 마는 "애드노멀과의 거래는 파트너십 모델이 먹혀들고 있다는 신호"라며 "여기에서 배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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