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사진: 신민경 기자]
금융위원회 [사진: 신민경 기자]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금융위원회가 1·2차로 나눠 진행하기로 한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 방식을 일괄로 바꾼 것은 초기 심사 선점 경쟁을 막고 기존 사업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관련 업체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자 발표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진 것이라며 어수선한 분위기다. 특히 일각에서는 초기 마이데이터 시장이 기존 사업자 위주로 형성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사전에 예비허가를 신청한 업체들에 편지를 보내 "시장의 높은 관심과 현실적인 심사처리 한계, 법상 시행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 방식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며 "기존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 제공 기업들을 우선해 허가 차수를 나누지 않고 함께 심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달 4일까지 정부에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사전 신청서를 제출한 63개 업체 중 기 사업자들은 40여곳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께 이들 업체에 대한 일괄 심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시간 벌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마이데이터 사업을 두고 정리되지 않은 쟁점이 여럿인 데다 이달 내로 핵심 담당자들의 인사 변경이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사업을 담당하는 금융데이터정책과 등을 총괄해 온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이 현재 공석인 금융산업국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새 금융혁신기획단장에는 이형주 부이사관이 내정된 상태다. 이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께에는 관련 사무관 인사도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자와 주무 담당자 등이 바뀌게 될 경우 전입 초기에는 현안을 파악하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심사를 추진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초까지는 인사 여파로 부서별 분위기가 어수선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심사를 미루는 가장 큰 요인은 리더 변경과 인력의 한계로 보인다"고 했다.

마이데이터를 둘러싼 쟁점들이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심사 일정 변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읽힌다. 금융당국은 데이터3법이 발효된 지난 5일 이후로도 꾸준히 업계로부터 심사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업자 선정 방식이 자체 앱을 내놓고 서비스를 운영해 온 핀테크 업체에 기울어져 있다'거나 '선정되지 못해도 데이터 공유는 의무인데 빅테크도 핵심 데이터를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그간 금융권에서 심사 기준의 불명확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표현해 왔고 당국도 이에 따라 일부 이슈에 대해선 입장을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쟁점들이 여전한 상태에서 당초 1차 심사 결과 시기였던 올 10월은 촉박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시간을 더 벌어서 심사 기준을 재정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사업자를 우선 심사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신규 사업자들은 상황이 난처하게 됐다. 순서에서 밀리는 탓에 이대로라면 일러야 내년 4월 이후부터 마이데이터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래 일정에 따르면 이미 1차 심사 대상이 추려졌어야 하는데 준비 부족 등으로 계속해서 일정이 유예되는 것 아니냐"며 "특히 인가를 위해 열을 올리던 신규 사업자들로서는 기 사업자 우선 심사 소식에 김이 빠질 것"이라고 했다. 

윤민섭 한국투자자보호재단 금융소비자연구센터장은 "시장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신중론을 취한 게 옳은 결정이었다고 본다"면서도 "새 산업인 마이데이터 시장에서도 기존 사업자 인가가 우선된다면 규모 있는 업체들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신규 사업자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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