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모바일인증서. [사진:KB스타뱅킹 갈무리]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최근 주요 금융그룹들이 자체인증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자칫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KB금융그룹이 자체인증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14일 KB금융은 KB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저축은행 등 계열사 내 앱에서 로그인할 수 있는 ‘KB모바일인증서’를 도입했다. 이어 이달 중으로 KB국민카드에도 자체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KB모바일인증서는 기존 거래시 필요했던 보안카드와 OTP 등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간편하다. 생체인증과 비밀번호, 패턴 등만 입력해두면 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본인명의 휴대폰과 신분증만 있으면 발급 절차도 1분 내외로 편리하다. 기존 공인인증서와 다르게 유효기간이 없어 갱신할 필요도 없다. 

하나금융그룹도 이달 내로 자체인증서를 도입한다. 이를 모바일뱅킹 앱인 하나원큐에서 공인인증서 대신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하나금융 자체인증서도 KB금융과 마찬가지로 지문과 페이스ID 등 생체인증과 비밀번호 등을 통해 로그인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금융투자의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MTS) '하나원큐 프로'와 하나생명의 '하나원큐라이프 모바일'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 모바일 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금융 역시 현재 우리은행에서 개발 중인 생체인증 기반 자체인증서 도입을 앞두고 있다. 우리금융은 먼저 은행에 적용한 뒤 각 계열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신한은행은 현재 내부적으로 자체인증서 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융그룹들이 자체인증서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일각에서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도입되는 자체인증서만으로는 계좌이체나 예금조회 등 기존 일반적인 은행 업무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등 심사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 등 외부의 정보가 필요한 경우에는 자체인증서가 활용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기존 범용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만 대출업무가 가능하다. 

보안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체인증서 발급은 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만큼 한번 보안에 허점이 생기면 바로잡기 힘들다. 실제로 타인의 신분증을 위조해 부정결제를 진행한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편리성을 추구할수록 보안을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에서 편리성과 보안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어 답답한 부분이 있다. 현재로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체인증서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전에는 공인인증서 하나로 모든 은행과 정부기관 등에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자체인증서는 사업자 제휴 상황에 따라 사용 범위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자칫 소비자가 은행마다 자체인증서를 구비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자체인증서는 어디까지나 사설인증서로, 하나의 인증서에서 모든 은행이 사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금융권에서는 자체인증서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의 모든 인증서를 통합하기에도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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