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특정 업체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회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버무려 쓰는, 이른바 멀티 클라우드 전략은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주도하는 이슈 중 하나다.

하지만 멀티 클라우드 전략이 기업 현장에서 의미있게 돌아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클라우드 하나를 제대로 쓰는것도 만만치 않은데, 여러 클라우드를 동시에 제대로 쓰는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상황은 나름 내공을 갖춘 클라우드 엔지니어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 같다. 아마존웹서비스(AWS) 핵심 엔지니어라도 해도 구글 클라우드를 쉽게 이해하고 쓰는 것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해외 테크 미디어인 <프로토콜>에 실린 에피소드 하나가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아마존의 대응을 비판하며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그만 둔 유명 클라우드 엔지니어 팀 브레이와 구글 클라우드 팀에 소속된 스튜어트 레이츨링, 켈세이 하이타워가 나눈 대화가 그것이다.

팀 브레이는 웹과 클라우드 개발 쪽에서 톱 수준 엔지니어로 통하는데도 구글 클라우드를 접하고 나서 꽤 놀랐다고 한다. 구글 클라우드가 좋다 나쁘다 차원의 놀라움이 아니었다. AWS와 구글 클라우드 간 철학적인 차이 때문이었다.

팀 브레이에 따르면 AWS에서 하는 것과 같은 일을 구글 클라우드에서 구현하려면 핵심 개념을  다시 배워야 한다. 클라우드판에서 베테랑으로 통하는 팀 브레이 조차도 놀랐을 정도라면 평균적인 엔지니어들이 한 A 클라우드용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B 클라우드에서 다시 구현하는 것은 더욱 버거운 일이 될 수 있다.

기업 IT 담당자들은 오랫동안 특정 클라우드 제공 업체 방식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해왔다. 멀티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최근엔ㄴ 멀티 클라우드를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글은 아예 멀티 클라우드를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팀 브레이 발언을 보면 적어도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돌리기 위해 멀티 클라우드를 쓰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은 카드일 수 있다.

클라우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컨설팅 회사인 덕빌그룹의 코레이 퀸도 멀티 클라우드의 실전 경쟁력에 물음표를 던지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최근 쓴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진짜 종속은 멀티 클라우드를 운영하는데 요구되는 멘탈 오버헤드(mental overhead)라며 멀티 클라우드를 둘러싼 실효성 논쟁을 가열시켰다.

그는 "클라우드 회사들은 클라우드에 대해 매우 광범위한 정의를 갖고 있다. IBM, AWS, 애저, GCP, 오라클 클라우드 마찬가지다. 로드 밸런서만 해도 모든 클라우드 플랫폼들에서 다르게 돌아간다"면서 "멀티 클라우드로 간다는 것은 자체 엔진엑스(nginx)나 HA 프록시를 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얘기는 데이터베이스, 모니터링 시스템, 보안 허가 모델에도 적용된다. 컴플라이언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구 사항을 적절한 컨테이너로 보내기 위해 HA 프록시를 설정하려 시간을 보낼 때 경쟁자 중 하나는 YAML 코드 세줄로 애플리케이션 로드 밸런서를 설정하고 비즈니스에 진짜로 중요한 것을 개발하는 것으로 넘어간다"고 멀티 클라우드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효과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기업들이 2~3개 클라우드 회사 서비스를 쓸 수 있는데, 이는 종종 인수나 합병의 결과로 벌어지는 일이다. 또 기업들이 개별 부서에 업무 성격에 맞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을 줄 수 있겠지만 이들 회사들은 고급 클라우드 인재들을 채용할 여력이 되는 큰 회사들이다. 아무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쯤되면 멀티 클라우드 잘 쓸 수 있게 해주는 쿠버네티스가 있지 않느냐? 하는 이들이 나올 수 있다. 컨테이너 가상화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인 쿠버네티스는 여러 클라우드 인프라들에 걸쳐 애플리케이션을 수시로 옮길 수 있게 해주는 추상화 레이어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전에서 바로 쓰기엔 아직은 복잡한 게 사실이다. 쿠버네티스가 제공하는 역량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넘어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일 클라우드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할만한 현실적인 이유들은 많다. 시장이 워낙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5년 후엔 지금과는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멀티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멀티 클라우드가 다수 기업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선도 아직은 상당하다.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 클라우드 활용 전략이 필요한 시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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