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이빛컴퍼니 대표

[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제주도에 있는 자동차 박물관에 가보면 클래식카들이 멋있게 전시된 걸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이런 차들을 보면 가끔 안쓰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달리지는 못하기 때문이죠. 구식 엔진을 전기차 모터로 바꿔주면 클래식카는 다시 생명력을 가지게 됩니다. 기존 완성차가 자본력을 가진 대형 제조업체들만의 세계였다면 전기차는 저희 같은 스타트업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장벽을 낮추면서 앞으로 자동차 시장 판도를 바꿀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를 전기차로, 그중에서도 클래식카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업에 주력하는 이빛컴퍼니의 박정민 대표는 전기차에 대해 스타트업들에게도 자동차 시장 진입 기회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반 기술 변화 이상의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한다.

이빛컴퍼니는 2017년 6월 설립 후 현재까지 10대의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했다. 부품 일부를 바꾸는 개조뿐만이 아니라 차량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렸던 제주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선 자체 제작한 클래식카 프로토타입을 갖고 전시장 내에서 실제 운행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제6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이빛컴퍼니 전시 부스 전경

제주도는 전기차 성지로 통한다. 지난해 제주도가 전기차충전서비스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되면서 실증 사업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관련 사업들이 다양하게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특히 클래식카의 잠재력이 크다는게 박 대표 설명. 뉴트로(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 트렌드에 제주도가 가진 관광 콘텐츠와 접목한다면 보다 강력한 시너지 창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승용차와 승합차 등을 모두 합친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11만대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를 113만대(누적 대수) 보급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2025년까지 공공 부문에서 노후 경유차(배출가스 5등급)를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전기차 운행 대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관련 수요 역시 증가할 거란게 그의 설명이다.

이빛컴퍼니가 진행하는 두가지 사업 형태 중  클래식카를 직접 만들고 이를 전기차로 변환하는건 박 대표 개인적 목표에 가까웠다. 반면 전기 트럭의 경우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뛰어들었다.

이빛컴퍼니는 지난 2월 한진택배와 택배 트럭을 전기차로 개조해 시범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업무 협약을을 맺었다. 현재 1톤 트럭 2대를 공급받아 전기차로 개조하는 연구개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전기 트럭 자체를 처음부터 만들려면 생산 라인부터 시작해서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데 여기에 차량 개조라는 특장점을 살려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택한 것”이라며 “연말까지 안정성 테스트를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기 콘센트 전압은 220V다. 전기 자동차도 초소형 전기차부터 일반 승용차, 트럭까지 종류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360V, 많게는 600V까지 전류가 흐른다. 전기 콘센트도 간혹 잘못 다루면 감전 사고가 발생하는 만큼 전기차도 안전 문제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박 대표는 전기차 안전 문제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고 기반을 마련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 국내에 ‘고전압 안전 교육’을 실시한 건 이빛컴퍼니가 유일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고전압 안전 교육은 독일 시험 인증기관 티유브이 라인란드(TUV Rheinland)가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회사는 BMW 등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 부품 품질과 안정성을 승인하는 곳인데 이빛컴퍼니는 한국 지사와 계약해 해당 커리큘럼을 국내로 들여왔고 쌍용자동차 등 여러 기업 및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박 대표는 “소방관들을 대상으로도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후기를 들어보니 87% 가량이 교육을 계속 수강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었는데 전기차 시장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했고 기관마다 예산 규모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요구들이 반영되지 못하는 점들이 아쉽다"고도 말했다.

클래식카 제작 작업 당시 모습 [사진:이빛컴퍼니]

이빛컴퍼니는 차량 내 결제 서비스인 카페이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카페이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차량 모니터 등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하는데 회사는 차량에서 음성만으로 결제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카페이는 넓게 보면 핀테크에 속한다. 하지만 자동차에 특화된 만큼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기업들이 발붙이기는 아직까지는 쉽지 않다는게 박 대표 설명이다. 현재 제네시스 GV80, 현대차 7세대 아반떼 등 일부 차종에 카페이 기능이 탑재돼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차량 시스템 보안에 보수적인 만큼 자동차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만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도 가능하다. 이빛컴퍼니는 올해 안에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최소기능제품(MVP)을 선보일 계획이다.

박 대표는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전기차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지금보다 나은 환경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의 일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자동차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카페이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빛컴퍼니는 차량을 개조하는 하드웨어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을 함께 하는 모빌리티 기술 기업이라고 표현하고 싶고 앞으로도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로 사회에 기여하는 소셜 임팩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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